<취재일기>기관 작전에 춤추는 株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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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증권사 베테랑 지점장인 K씨는 최근 직원들과 투자전략회의를 열때마다 난감하다고 한다.
주가가 오를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며칠씩 상한가를 치며 나보란듯이 값이 뛰는「이상한 종목」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이 한결같다.
『저희도 수긍이 안가는데요.다른 기관들이 달라붙는 것 같아요.』 대형증권사 투자분석부에 몸담고 있는 H씨도 요즘 무척 당혹스럽다.場勢흐름과 上場기업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내놓는 투자가이드가 빗나기기 일쑤다.아무리 證市가 머니게임이라고 하지만 주가의 향방을 요즘같이 잡아채기 힘든 것은 入社 8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몇개월간 證市에는「作戰」이란 말이 춤을 추고 있다.종합지수가 크게 밀리는데도 상한가 종목이 쏟아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 뒤에는 항상 기관투자가나 큰손들의「작전」이란 용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M&A(기업 인수.합병)전문 변호사 몇몇이 공동작전을 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어느 은행과 某증권사가 손잡고 P기업의 주가를 3만원까지 끌어올린다더라.』『이번에는 투신사 몇군데가 담합해 S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로 결정했다는데-.』 은행.투신.증권.연기금등기관투자가들은 적절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투자의正道」를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그런데 요즘 기관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소수의 주식 운영자끼리 특정 종목 몇개를 골라 주가 올리기에온 정신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중간중간에 확인되지도 않는 온갖루머를 퍼뜨리고 그러다 일반인들이 따라붙으면 어느날 갑자기 팔아치운다.
주식투자는 물론 수익률의 게임이다.또 기관들이 고른 종목들이나름대로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좋은 기업들일 수도 있다.그러나「작전종목」들이 지나치게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이런 상황에선 정보력이 떨어지는 일반인들의 증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만을 기관들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사실 올들어 주가가 오르면서도 개인자금은 5천억원 가량 떠나고 있지 않은가.증시개방이후 기업의 가치만을 철저하게 따지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기관들은 많은 것을배웠다고 한다.그러나 요즘 보면 뭘 배웠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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