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평양측도 분위기조성 애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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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南北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두고 北-美3단계회담이 시작된 가운데북한의 對南.對美 반응이 전례없이 유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金泳三대통령의 訪北 마지막날이자 휴전일인 27일이 북한의「전승기념일」인데다 매년 6.25를 시점으로 한달동안이「反美월간」기간이어서 전 같으면 대대적인 군중집회.교양사업등 강도높은 對南비방으로 시끌벅적했던 것이 통례였다.
그러나 통일원에 따르면 올해는 정상회담 성사를 전후해 이러한움직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심지어 언론을 통해『우리에게필요한 것은 화해와 단결』이라고 강조하고 나설 정도다.
북한 스스로 고집한『쌍방은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분위기 조성」조항을 준수하고 8일부터 시작된 北-美 3단계회담과 맞물림으로써 美國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있는 것이다.
「전승기념일」은 북한의 3대 명절중 하나다.8.15가 日帝로부터 해방된 날이라면 7.27은 美帝를 물리친「제2의 해방」이라는 것이다.지난해는 25일부터 3일간 전야제까지 치르면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게다가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아라파트 PLO의장.시아누크 캄보디아 최고민족회의의장등을 초청한 가운데군중무도회와 군사퍼레이드를 벌이는등 예년보다 요란하게 행사를 치렀다. 작년에는 뜸했지만 해마다「반미월간」기간 중에는 平壤과도청소재지등에서 한달내내 군중집회를 열거나 직장.사회단체에서 反美학습을 벌이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징후를 찾아볼수 없다.화해분위기 조성노력,反美무드 완화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이대로 가면金대통령 방문중 전승행사는「탈없이」지나갈 것이라는게 통일원의 관측이다.
宋榮大통일원차관은『북한은 우리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서라도 7.27행사를 갖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북한언론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정상회담 합의전까지만 해도「제2의 한국전쟁」운운하며 강경일변도로 치닫던 북한 언론들이 지금은「새로운 민족사 창조」같은 수사를 구사하며 화해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더욱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 이 나오면『모처럼 조성된 화합 분위기를 저해하지 마라』며 질타까지 퍼붓고있을 정도다.
예비접촉을 하루 앞둔 27일만 해도 북한언론의 보도는 매우 호전적이었다.평양방송은『전쟁에는 자비가 없다』거나『제국주의자들이 제2의 한국전쟁을 도발할 경우 참패를 안길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던 것이 회담이 성공리에 끝나자 변하기 시작했다.신문들은『서로 화합.단합해 평화통일의 길을 열자』(노동신문),『우리는 모든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민주조선)이라며 화해의 말들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4일자 사설에서『정상회담은 90년대 통일에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는 역사적 계기』라고 썼는가 하면,5일자 논설에서는『동족끼리 싸우면 외세에 漁父之利,우리에 필요한 것은화해와 단결』이라고까지 했다.「金泳三역도」란 표 현도 이름을 빼고「최고위급」으로 바꾸고 있다.
통일원 鄭大圭정보분석실장은『분명 북한이 反美.전승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북한은 정상회동후 對南.對美비방을자제하는 분위기조항 준수를 대내외 선전용으로 이용할 것』이라고말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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