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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변하고 있다:하/이창호(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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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은일도 함께 걱정하는 습관을/현대화에 밀린 「상부상조」정신 되찾아/진정한 공동체 건설 온국민이 나설때
자원봉사자라는 영어 단어 「Volunteer」는 옛 라틴어의 「Volo」(의지)에서 나왔다. 다시 이 단어에서 「Voluntas」(자유의지)가 파생되고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er」가 붙어 자원봉사자가 됐다.다시 말해 자원봉사자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따라서 세가지 조건,즉 자발성·이타성·무보수성이 갖추어져야 한다.일절 외부의 강제가 없어야 하고 남을 돕는 활동이 되어야 하며 보수에 대한 기대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자원봉사는 국제 정의에 따르면 봉사기간별로 장기·중기·단기등 3종류로 나눈다. 장기 자원봉사자는 최소한 1년이상을 종일제(풀 타임)로 근무하며 봉사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중기 자원봉사자는 6주이상 1년미만의 기간을 종일제로 봉사하는 사람을 지칭한다.단기는 이 두범주에 끼지 않는 불규칙한 파트 타임,또는 종일 근무해도 6주미만의 최단기 봉사를 말한다.
자원봉사는 그 본질이 희생적이다. 그리고 그 희생에는 네가지 차원이 있다.
가장 손쉬운 자원봉사는 이웃을 위해 돈(기부금)을 내는 것이다.다음단계는 스스로 시간을 할애해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단계며 세번째 단계는 남을 위해 자기 신체의 일부를 희생하는 봉사,즉 신장을 기증하고 헌혈하는 것등이다.
끝으로 가장 숭고한 자원봉사는 이웃을 위해 자기 생의 일부를 바치는 것이다.
불우아동 입양이 이 단계의 희생이다.
우리사회의 자원봉사 수준은 어느 단계인가.이 자원봉사의 단계별 구분을 사회전체에 투영시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 사업은 또 순수 민간활동이 생명이다.그러나 정부가 민간 자원봉사 활동을 육성할 수 있다.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가가 나서서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국가지원으로 생긴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71년 미국 닉슨행정부가 정부내 독립기구로 설치한 ACTION.닉슨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민간 자원봉사센터들을 지원하고 73년에는 「국내자원봉사자법」을 만들어 이전 존슨행정부에 의해 조직 된 VISTA(빈민퇴치 자원봉사),Peace Corps(평화봉사단),전국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NSVP)등에 대한 연방지원을 강화했다.
일본 역시 전국 규모의 자원봉사자로 후생성이 임명한 민생위원들이 있다. 46년 제정된 민생위원법 및 자원봉사진흥법에 따라 일본 전국사회복지협의회의 3천4백개 지방 조직에 배치된 이들 민생위원들은 지역사회의 불우아동·장애인·노인가정을 방문,각종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상부상조의 활동이 많았다.마을 안에 중병자나 불구자·과부·초상집이 있으면 공동으로 그집 농사를 지어주는 공굴(공굴),마을에 흉사가 있을때 무보수로 봉사해 주는 향도(향도),궁핍한 사람들이 연대책임으로 춘궁기를 보내는 고지,그외 계·향약·품앗이등 마을 공동체를 일궈가는 아름다운 습속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급속한 도시화·산업화로 과거의 공동체 전통이 대부분 사라지고 어느새 살벌한 이기주의 사회로 흘러버렸다.
물론 우리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이웃을 위해 소리없이 땀방울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또 그들의 단체도 많다.1903년 이땅에 기독교 봉사단체로 첫 발을 내디딘 YMCA,20년대 설립된 태화기독교복지관 이래 수많은 교회와 사찰,또 기관·사회단체들은 오늘도 많은 회원을 거느리며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사회의 정신적·도덕적 등불이 되고 있다.
그밖에도 행정 관서별로 아동위원·갱생보호위원·보호관찰위원·청소년선도위원·생활보호위원등이 조직돼 지역사회 정화에 노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들 공공부문에 속한 자원봉사자들만 7만3천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 활동은 비조직적·산발적이다.
또 민간의 많은 수가 관변 사회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복지 봉사자 수는 전 인구의 1%선으로 선진국에 비해 비교가 안된다.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 가산점·보험·저축·교육등의 혜택부여 제도는 아예 없다.
과연 우리 국민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어느 수준인가.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제 21세기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내년부터는 첫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실시되고 정치개혁법이 가동된다.시민단체들의 출현이 늘고 종교단체·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더욱 강조될 시점이다.바야흐로 우리사회도 다양 성·자율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는 21세기의 꿈을「시민사회」에 두고있다.
동네 이웃집에 불이 나자 소방서에 연락만 한뒤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20세기 소외된 주민들이 아니다. 물동이를 들고 함께 뛰고 함께 애태우는 참된 지역사회 공동체건설을 염원하고 있다.우리사회는 바로 지금 그같은 따스한 손길,그리고 용기있는 국민들을 필요로 한다.그것이 범국민적인 자원봉사 운동이다.<본사 자원봉사캠페인사무국전문위원·서울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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