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활새풍속>20.여자같은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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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중순께 서울강남구신사동 거리.한 청년의 모습이 유난히행인의 눈길을 끌었다.티셔츠와 알록달록한 조끼,반바지차림에 샌들을 신은데다 목걸이.팔찌까지 두른 이 청년의 차림새는 패션의첨병같았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 일대 다른 청년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것.그가 눈길을 끈 것은 머리에 두른 큰 두건 때문이었다.최근레게음악의 열풍과 때를 맞춰 젊은이들 사이에 작은 두건을 두르고 다니는 것이 인기이나 이 청년은「아라비안 나이트」식의 큰두건을 머리에 둘러 완전히 차별화된 패션을 연출했던 것.
여성들이 넥타이를 매고 남성양복과 같은 옷을 입고,남자들이 목걸이.귀고리.팔찌등 액세서리를 걸치고 화장을 하는 것은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유니섹스라는 말이 패션계를 휩쓸기 시작한것은 이미 10년도 더 넘은 구시대 이야기.그러 나 10여년전의 유니섹스와 요즘의 유니섹스는 차이가 있다.
10여년전의 유니섹스는 여성이 바지입기.넥타이 매기.술마시기등 남성영역으로 인식되던 분야에 도전,소위「여성의 남성화」가 주도한 것이었다.당시에는『저여자가 남자냐 여자냐』가 논란거리였다. 이에 비해 최근에는 여성영역으로 치부되는 분야로의 남성 진출(?)이 두드러진다.이에 따라 요즘에는『저 남자가 여자냐 남자냐』가 논란거리.
『요즘은 남자손님이 옆에서 파마를 해도 여자손님들이 쳐다보지도 않아요.』서울신촌 J미용실 미용사 李미화씨(27)는 미용실은 이제 여성전용장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서울압구정동에 남성전용피부미용실「허즈뷰티」를 만든 尹英傳씨(40)는『여성피부미용실에 애인이나 아내를 따라와 피부관리를 요청하는 남자들이 크게 늘어나 남성전용 피부관리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가끔 이곳에서 피부관 리를 받고 있다는 吳모씨(37.S상사부장)는 『여성들 틈에서 반쯤 벗고 얼굴마사지를 하던 불편함을 벗어나 좋다』고 말한다.
유니섹스바람은 보수적 남성들에게는「강한 여성.약한 남성」과 비슷한 말쯤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강한 여성.약한 남성」징후는 도처에서 보인다.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여자어린이들이 극성(?)이라 많은 보수파들에게 앞날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宋榮姬교사(31.경기도산본시 양정국민학교)는『요즘 여자아이가남자아이들을 무릎 꿇리고 벌을 주는가 하면,때리거나 놀리는 일이 많아 남자아이 보호에 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성들의 여성화(?)또는 외모지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
㈜태평양이 지난해 3백31명의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패션이미지로 젊음과 현대적인 면을 추구한다는 대답이 각각 33%,32%로 남성다움(22%)을 앞섰다. 이러한 현상은 구미지역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최근 미국의한 연구조사단체가 1천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이상적 남성상」에 대한 조사결과 3분의2이상이 정감있고 부드러운 남성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는 오랫동안 미국의 이상형으로 꼽 혔던 억세고 공격적이고 모험심 많은 남성상이 무너지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세대 尹振교수(심리학과)는『남성.여성의 인간화과정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래 남성성.여성성이라는 것은 선천적인 특징이 아니고 사회화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종래의 성적 역할과 특징이라는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또 앞으로의 사회는 육체적인힘보다 지적인 힘이 지배하고,지도자도 권위적이 고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인 형으로 바뀌므로 남성의 소프트화는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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