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靑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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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靑春의 본디 뜻은「푸른 봄」이다.봄이 되면 만물이 생동한다.
강물은 녹아 힘차게 흐르고 초목에는 싱그러움이 더한다.5월이 되면 극에 달해 新綠의 숲을 이룬다.
「靑春」이라는 말은 西漢 때 등장했다.물론 「짙푸른 봄」의 뜻이었다.
청춘은 일년의 시작(靑春受謝) 따뜻한 햇살이 내려 쪼이네(白日昭只) 후에 白日은 靑春의 반대어가 되어 햇빛이 내리쬐는「무더운 여름」을 뜻했다.
그러나 지금 靑春을「싱그런 봄날」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의 뜻으로 바뀐 것은 3세기 중엽 西晋의 詩人 潘尼(반니)에 의해서다.
나는 이미 늙어 황혼에 들었지만(予涉素秋) 그대는 바야흐로 싱그러운 봄날일세(子登靑春) 사랑하는 후배 陸機가 관직에 나아가자 그에게 보낸 詩句였다.여기서 보면「靑春」의 반대말은「素秋」가 된다.이때부터 靑春은「젊은이」의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靑春」을 값지게 여기며 젊은이들을 아끼는 것은 그들이 갖고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힘찬 기개 때문이다.그 기대를 져버리고 행동한다면 올바른 청춘이라고 할 수 없다.오렌지족이라면 黃春이아닐까? 누렇게 시든 잎에서 남는 것은 凋落( 조락.시듦)뿐이다. 鄭 錫 元 〈한양대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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