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길버트 그레이프서 열연 줄리엣 루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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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여행중 길버트(조니 뎁)의 집 근처에머무르며 그에게 접근하는 베키役의 줄리엣 루이스(20)는 길버트의 「닫힌 공간」에 대한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길버트에겐 복음의 사도로 등장하는 그녀는 이 영화에서 매우 복합적이고 유익한 상징들을 지니고 있다.짧은 커트머리에 약간 치켜바라보는 듯한 깊은 눈빛으로 언뜻 퇴폐적 이미지와 세속적 욕망이 강한 여성으로 비치지만 길버트의 마음을 열 어가는 과정을 목격하면 거꾸로 청순한 이미지가 살아난다.
어느날 갑자기 꿈 속에 나타난 왕자나 공주같은 베키.아련한 추억 속의 소년이나 소녀일 수도 있으며,가깝게는 곤란한 현재를위로해 줄 수 있는 막연한 희망의 변신일 수도 있다.
아무튼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베키役으로 루이스는 팬들로부터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셈이다.
사실『남편과 아이들』에서 중년의 아저씨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작가 지망생 줄리엣 루이스는 실망스런 것이었다.
이 영화에선 오히려 지나친 끈기로 인해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조니 뎁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 인생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아심을 품게 만든다.
『케이프 피어』에서도 그녀는 로버트 드 니로를 따라다니는데,이 영화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소득을 제외하면 드 니로의 그늘에 묻힌 감이 있다.
그래서 루이스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소녀티 나는 役은 그만 맡기를 바라고 있다.『길버트 그레이프』를태를 벗는 계기로 삼으라는 충고다.그러나 이 충고는 곧장 받아들여지지 않은듯 최근엔 두 쌍의 젊은 남녀가 살 인현장 답사(?)여행에 일행으로 가담하는 뻔한 스토리의 2류 액션 스릴러 영화(『캘리포니아』) 한편을 共謀했다.살인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브래드 피트의 반대쪽에서 정신연령이 낮은 시골 소녀役의 백치미를 풍김으로써 상극의 대조를 보 였던 것이다.
이같이 타락한(?) 모습은 최신작 『로미오스 블리딩』에서 부패하고 탐욕스런 경찰관役 게리 올드먼의 정부로 나타나면서 정점에 다다른다.
하지만 널브러진 언사가 그녀를 그럴 듯하게 정부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그녀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낮추지는 못한 것같다. 주연보다 주로 조연으로 출세한 줄리엣 루이스.외모.개성.연기 삼박자가 완비된 흔치 않은 배우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그 아까운 재능을 썩이고 있는가.아직 어리다고?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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