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기업이 말하는 남북경협 선결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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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코오롱상사는 지난 91년 北韓과 합작으로 平壤에 양말공장을 세웠으나 생산성이 높지 않아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생산을 늘리지못하고 있다.
럭키금성상사.삼성물산등도 북한으로부터 유니폼.작업복.면바지등을 임가공으로 들여왔을 뿐 상품성이 강한 제품의 일거리는 제대로 맡기지 않고 있다.이같은 경험을 해본 기업들은 南北간에 당장이라도 뭔가 될 것 같이 기대하고 있는 여론에 고개를 젓고 있다. 종합상사 北韓담당자들은『北韓과 경협이 제대로,본격적으로이뤄지려면 北韓의 산업설비를 개보수하고 품질기준을 국제화하는「응급조치」적인 지원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南北경협을 막기로 친다면 아주 간단하지만 터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호방문.투자보장.2중과세방지등의 제도적 합의는 오히려 뒤의문제고,北韓의 임금조정.사회간접자본확충.산업설비개선등「現場」의整地작업이 더 절실하다는 얘기다.
우선 北韓의 산업설비나 품질기준이 국제수준과 크게 다르므로 지금 상태로는 상품교역이나 임가공무역에 한계가 있다고 기업들은지적하고 있다.
또 南北경협이 본격화되면 당장 물동량이 늘어날텐데 北韓은 컨테이너 전용부두 하나 없이 모든 화물을 벌크화물처럼 부리고 있어 하역작업이 극히 비효율적이다.
삼선해운의 權泳煥 특수영업부장은『北韓에는 컨테이너 서비스의 개념이 없어 화물수송에 어려움이 크다』며『본격적인 경협이 이뤄지려면 대기업들이 나서서 항만시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상사의 劉在賢 개발본부장은『北韓의 저임만 노리다가는 장기적인 교류를 하기 어렵다』며『지금부터라도 北韓의 임금을서서히 우리의 절반수준 가까이 높여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北韓 합영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월37~93달러쯤 되는데 이를 우리(93년말 제조업기준 월1천1백달러,經總조사)의 절반수준까지는 서서히 높여줘야지,北韓의 저임노동력만 이용하다가는 北韓근로자를 착취한다는 불만이 나오는등 南北간 에 경제적인긴장상태를 불러일으켜 통일에 오히려 장애가 되기 쉽다는 주장이다. 美國.日本.中國등 동북아의 관련국들끼리 개발은행을 만들어은행명의로 北韓에 자금을 지원해야한다는 방안도 업계의 북한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자주 거론되고 있다.
비록 우리가 혼자 힘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하더라도 北韓의 입장을 고려해 제3국을 끌어들인 공동지원 형식이 낫다는 것이다. 貿公의 洪之璿 韓.러 트레이드센터 전담반장은『北韓 지원사업을 南韓이 주도할 경우 北韓으로부터「南韓에 의한 흡수통일」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주변국들을 참여시켜 국제적인 공동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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