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보트피플 바다에서 “떼죽음”/클린턴 「변덕외교」에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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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별망명 허용… 탈출 폭발적 증가/정책 다시 변경­군증파 우왕좌왕
지난 5일 카리브 해상의 아이티 난민들이 1백50명이나 무더기 익사하는등 사고가 발생하자 빌 클린턴 정부는 외교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91년 아이티 첫 민선대통령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군부쿠데타로 축출된 뒤 대아이티 경제봉쇄를 통해 군사정권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이티 국민은 이같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게되자 기회만 있으면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전임 조지 부시대통령은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민의 본국송환정책을 고수,난민의 미국유입은 물론 보트피플의 수를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후 부시의 정책을 답습해왔으나 지난5월 의회내 흑인의원단체의 압력으로 이같은 기존 정책을 수정,카리브해에서 발견된 아이티난민에 대해 선별적인 미국망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클린턴정부의 정책변경이 알려지면서 아이티의 보트 피플이 급증,지난 현재까지 5천명 이상의 아이티 난민들이 카리브해로 떠났으며 갈수록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속에 지난달 23일 보트피플 30여명이 익사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다시 2백명이 탄 배가 파도에 뒤집혀 1백50명이 숨졌다.
결국 미국정부의 협상제의를 받은 파나마·안티구아·도미니카등 3개국은 앞으로 최대 6개월 시한으로 아이티난민수용에 동의했다.
이른바 「안전항」으로 불리게 된 이들 나라중 파나마는 1만명을,안티구아와 도미니카는 2천명씩 난민을 받아들여 임시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이티난민에 대한 제3국 수용 결정에도 불구,배만 있으면 수백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언제라도 더 큰 바다의 비극이 재발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정부의 아이티 해상주변 군대증파를 두고 아이티침공이 임박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클린턴대통령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군사작전 개시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네번째의 난민정책 변경으로 체면을 구긴 클린턴 행정부의 변덕으로 애매한 아이티국민들만 바다에서 잇따라 사라져가는 비극을 되풀이 하고 있는 셈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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