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이산가족 문의·상담 폭증/통일원에 「국민의 소리」 쇄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청와대와 통일원에 전화·편지·방문등을 통한 국민의 격려·조언·비판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그리고 그 내용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합의하면서부터 통일원에는「기대반 우려반」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통일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과거의 치기섞인 농담이나 장난성 건의가 사라지고 진심과 성의가 담긴 내용으로 대치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종전에는『나를 북한에 보내주면…』 식의 무책임한 방문요구가 적지 않았는가 하면『내가 김일성을 만나 담판짓겠다』는 따위의 1회성 주장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엉뚱한 장난식 제언은 찾아볼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김영삼대통령이 평양에 가면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꼭 관철시켜 달라』거나 『김일성에게 휘말리지 말고 몸조심하라』는등 비교적 실질적인 주문과 걱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너무 서두른다.이용만 당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찬 의견까지 다양하다고 통일원 관계자들이 귀띔한다.
○…또 다른 변화로는 대북투자나 경협·이산가족에 대한 문의와 상담이 현저하게 늘었다는 점이다.전화 상담의 경우 하루에 적게는 50통에서 많게는 1백통에 이르고 직접 통일원을 찾는 방문객들도 하루 10∼20명에 이른다.이는 정상회담 성사전보다 3배나 많은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된 전화문의나 방문상담 중에는 『다른문제보다 우선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해결해 달라』는 등의 요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이는 김대통령이 4일 『이산가족 고향방문만은 반드시 중요의제로 제기하겠다』고 말한데 고 무받은 결과의 하나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경협과 관련해서는 삼성·대우·코오롱등 대기업들의 종합상사도 직원들을 직접 통일원으로 보내 『남북합작이 이뤄지면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대출관계는 어떻게 되는가』라며 발빠른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실에도 하루 평균 10∼20통의 편지와 10통 가량의 전화가 오고 있다.그 건의중에는 『한복을 입고 회담에 임하라』 『비무장지대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북한에 송전하겠다고 제의하라』등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면 『숙소에서는 말조심』 『세뇌당하지 말라』등의 경계성 충고와 『이번 기회에 꼭 고향을 가고싶다』는 실향민의 호소도 적지 않다고 한다.〈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