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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 메카로…240명 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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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 세계 이슬람 신도들의 최대 종교 행사인 메카 성지순례(하지)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에서 순례객들이 몰려 2백44명이 압사하고 2백여명이 부상했다고 사우디 당국자가 밝혔다.

이야드 마다니 성지순례 담당 장관은 이날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수시간이 지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나 계곡에서 악마의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행하던 중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참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순례행사 3일째의 주요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사망자 중에는 인도인 두명과 경찰관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지에서도 14명의 순례자가 압사했으며 2001년에는 35명이 사망한 바 있다.

◇순례객의 눈을 통해 본 하지=1일 오전 6시. 이슬람의 새벽 예배를 알리는 '아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파키스탄 페샤와르 출신인 굴 칸(70)노인은 이미 일어나 우두(예배 전 세정)를 하고 새벽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숙소인 텐트에서 나온 칸 노인은 우선 텐트 옆에 묶어둔 양의 상태를 살폈다. 순례 3일차인 오늘 '이드 알아드하'(희생제)를 며칠 전부터 주문해 어젯밤 받은 양이다.

노인이 숙소로 하고 있는 이곳 미나 평원은 흰색 천지다. 순례를 위해 평원에 끝도 없이 세워진 수천개의 흰색 텐트에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 바느질이 없는 흰색천으로 만든 '이흐람'을 입고 있다. 칸 노인도 양의 목을 자른 후 피묻은 칼과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연신 외쳐댔다.

◇순례의 클라이맥스=지난달 30일 순례 첫날 일정으로 메카 대사원 안에 위치한 카바신전을 돌면서 칸 노인은 "이 순간이 내 일생 중 가장 축복받은 시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도 무하마드(마호메트)가 운명하기 전 마지막 설교를 행한 아라파트산에서 정오 예배를 마친 칸 노인은 코란을 외면서 작은 돌을 주웠다.

오늘을 포함해 4일차와 5일차에 행할 '악마의 기둥'에 대한 돌 던지기를 행하기 위해서였다.

◇테러 우려하는 사우디=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아랍권이 질서 재편의 격랑에 빠진 가운데 시작된 올해 하지에는 전 세계 이슬람 국가에서 약 2백만명의 신자가 참가할 것으로 사우디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더욱 큰 걱정은 대규모 테러 발생 가능성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테이프도 "미국에 협조하는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내무장관은 "다행히 지난 사흘 동안 테러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남은 이틀간에도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다"고 1일 털어놨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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