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원샷 경선' 판세 영향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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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의 ‘원샷 경선’ 결정이 내려진 3일 오후 회의를 마치고 당사를 나서던 오충일(中) 대표가 지도부 결정에 반발한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에워싸여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선이 진행 중인데 경선 룰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신당은 당초 300만 명가량이 참여하는 완전 국민경선으로 흥행몰이를 하겠다며 선거인단 대리접수를 허용해 동원선거 시비를 불렀다. 당의 미숙한 경선관리까지 더해져 이해찬.손학규 후보가 경선 불참의 배수진을 치는 등 내홍을 겪은 신당이 이번엔 일정 변경으로 갈등을 빚게 됐다.

신당 경선이 8개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에서 '원샷 경선'으로 바뀌면 정동영 후보가 1위를 달리는 판도는 어떻게 변화될까.

이해찬.손학규 양측은 정동영 후보의 텃밭인 전북 경선(당초 6일)에서 큰 차로 패배할 경우 대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계산했었다. 전북 선거인단은 26만3000여 명으로 전체의 14%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손 후보 측은 전북에서 밀리면 우세 지역으로 꼽는 수도권에서 지지자의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여기에다 조직력에서 정 후보에게 뒤지는 이들은 "8개 지역에서 경선이 하루에 이뤄지면 지역이 너무 많아 조직적인 동원선거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이.손 캠프에선 "원샷 경선이 이뤄지면 정 후보 측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시간을 번 만큼 정 후보 측 불법선거 의혹을 대대적으로 부각할 작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의 수사결과가 발표될 경우의 파장도 기대한다. 이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안고 돌아와 펼쳐질 정국도 막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당이 일방적으로 경선 일정을 변경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면서도 1위 주자로서 판을 깨기는 힘들다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정 후보 캠프 소속 박영선 의원은 "시간을 벌어놓고 정 후보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판을 뒤엎어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난했다.

정 후보 측은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점을 들어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면서도 경선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현재 10만5000여 명을 돌파한 휴대전화선거인단의 투표율과 대리접수 배제 작업의 강도, 조직 동원이 실제로 방지될 수 있을지와 불법선거 의혹의 영향 등을 남은 경선의 변수로 꼽고 있다.

정 후보 측 지지자 60여 명은 일정 변경 발표 직후 당산동 당사를 찾아가 오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시일이 지나면 갈등은 결국 봉합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손 후보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것과 달리 정 후보 측은 이날 원샷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 "앞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만 말했다.

김성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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