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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 위협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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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는 한, 그 사회를 결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아직 심신이 허약한 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상당기간 신체적인 보호와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에 대한 범죄는 약자에 대한 횡포다. 사회는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갈린다. 따라서 아동을 상대로 하는 범행이 빈발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를 비롯, 사회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부천 초등학생 두명 유괴살인 사건은 범인의 윤곽은 고사하고 왜 그러한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범행 동기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유괴는 저항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죄질이 나쁜 반인륜적 범죄로 간주한다. 경찰은 모든 수사 능력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하고, 사법부는 유괴범에 대해서는 법정최고형으로 엄단해야 한다. 유괴범은 반드시 잡힌다는 철칙을 보여줘야 제2, 제3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

피해망상 증세자의 소행으로 경찰이 잠정 결론을 내린 일본인학교 유치원생 살인미수 역시 어린이가 범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정신이상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발적인 사건으로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정신병력 환자에 대한 적절한 격리 치료와 보호관찰이 시급하다. 특히 초등학교.유치원의 보안 설비도 점검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초등학교 주변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범죄 가능성이 0%가 될 수 있도록 경찰.학교.이웃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빚에 쪼들린 어머니의 두 자녀 동반 자살이나, 아버지가 두 자녀를 한강에 던진 사건은 또 다른 형태의 아동살해 행위다. 근본적으로는 자녀를 독립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기는 의식구조 때문이다. 자식은 스스로 인생을 꾸려나가야 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 미약한 어린 생명들을 귀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