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거부한 파업지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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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우조선 근로자들의 94%가 노조지도부의 파업강행지시에 따르지 않고 출근해파업이 불발로 끝났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뚜렷한 명분이 없는 파업강행은 앞으로 성공할 수없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특히 근로자들의 성숙한 태도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무한경쟁시대의 무작정 파업은 이제 설 자리가 없음이 증명되었다.애당초 전노조원중 59.5%의 파업찬성이라는 약한 지지도의 의미를 대우조선 노조지도부는 정확히 읽었어야 했다.파업이라는 쟁의권은 법에 규정된 권리지만 함부로 써선 안될 극약요법이다.파업으로 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할 경우 파산외에는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지금 상황에선 파업으로 인한 부담을 국민에게 지울 수도 없고,정부도 구제김융과 같은 원칙없는 정책을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파업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온 사회가 힘을 모아 앞으로 전진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법과 합리적 원칙이라는 게임룰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지난날 정부의 법을 무시한 관행에 대해 국민이 지지하지 않았던 것처럼 노조가 법을 무시하고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하는 태도 역시 용인하지 않는다.국민의 지지가 없는 쟁의행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은 이번 철도와 지하철파업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선과 자동거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간산업이다.지금은 엔고로 좋아진 경영환경을 활용해 확실히 발돋움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시기다.조선산업의 근로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현 대자동거의 노조는 이제 기업속의 노조,즉 경영에 함께 참여하면서 과실배분몫을 늘리려는 협력적인 노조로 다시 탄생하고 있다.이러한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착,확산시키느냐가 앞으로의 중요과제다.
이제는 노사양측이 대립적인 태도에서 진정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협력적인 모습을 강조해야 할 때다.협력적인 노사관계만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고,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은 제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노총도 자기개혁에 힘을 쏟아 다시 태어나야 한다.정부도 국제노동기구(ILO)의 현행 노동법 개정권고도 있는만큼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복삭노조가 일방적으로 노조에만 유리한 것이 아님이 토의과정에서 제시될 수도 있고,노총이 개혁되면 제2노총의 필요성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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