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병이 생기고 있다. 질병이 제약업계에 의해 하나의 상품이자 트렌드로 변하는 중이다. 덩달아 새로운 치료제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대표적인 예다. 나이든 남성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갱년기 증세로 여긴 발기부전증은 1999년 국내에 처음 치료제가 출시된 이후 연평균 4∼5%씩 꾸준히 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 세계 제약시장의 성장세는 99년 14.5%에서 지난해 7%로 둔화했지만, 발기부전·소아정신질환·폐경기장애 등과 관련된 신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된다.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역시 최근 많이 알려진 소아정신과 질환이다. 주의력이 심각하게 산만하고 과잉 충동을 행동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말썽꾸러기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치부됐다.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성장통이려니 여겼다. 그러나 뇌의 기능 이상에 의한 질환임이 규명되면서 국내에서만 관련 치료제 시장이 올해 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1∼4학년을 상대로 ADHD를 검진항목에 추가한다고 밝혀 이 시장 전망은 밝다.
중년 여성들을 괴롭혀 온 골다공증의 치료제도 약진한다. 나이 들면 당연히 찾아오는 갱년기 증세였지만, 이젠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규모가 1000억원대를 넘어선 것.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포사맥스(한국MSD)·악토넬(사노피아벤티스)·맥스마빌(유유) 등이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현(정신과) 건국대 의대 교수는 “제약시장의 변화는 제약회사들의 마케팅이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생사의 문제를 넘어서 보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현대인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가 무리한 마케팅으로 없던 병명을 만들어내 의약품 수요를 부추긴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독일의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외르크 블레흐는 『없는 병도 만든다』는 저서에서 “현대의학은 건강한 사람마저 환자로 몰아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