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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핀 넋 뺀 페더러의 技…호주오픈 테니스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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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머금은 로저 페더러(23.스위스)의 얼굴에 항상 머리밴드로 긴 머리를 묶었던 비외른 보리(48.스웨덴)와 환상적인 러닝 스트로크와 강 서비스를 자랑했던 피트 샘프러스(33.미국) 등 두 대가의 모습이 겹쳐졌다.

페더러가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보여준 재치있는 플레이는 존 매켄로(45.미국)가 극찬했던 그대로였다.

현재 방송 해설가인 매켄로는 최근 페더러에 대해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다.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14회) 기록을 가진 샘프러스보다 더 훌륭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남자 테니스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꼽았다.

페더러는 마라트 사핀(24.러시아)을 3-0(7-6, 6-4, 6-2)으로 완파하고 우승, 지난해 윔블던에 이어 통산 두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백20만 호주달러(약 10억8천만원).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얻은 점수로 세계 랭킹 1위도 부상으로 얻게 됐다.

시속 2백㎞가 넘는 사핀의 서비스를 빈 자리로 강하게 리턴하는 실력이며, 슬라이스와 톱스핀 백핸드를 섞어가며 상대를 흔들어 놓는 지략은 사핀보다 한수 위였다. 8강전과 4강전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른 사핀이 금방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알프스 만년설처럼 차가운 페더러의 침착함은 분명 발군이었다.

페더러는 첫 세트에서 두 차례나 서브 게임을 뺏겼으나 타이 브레이크까지 몰고가 7-3으로 이긴 뒤 2세트부터는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1백23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던 사핀의 대포알 서비스는 페더러에게 통하지 않았다.

사핀은 결승전에서 고작 3개의 에이스만 기록하며 고전했으며 이번 대회에서 앤디 로딕.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 등 강호들을 꺾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벨기에 출신끼리 맞붙었던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쥐스틴 에넹-아르덴(세계 1위)이 킴 클레이스터스(2위)를 2-1(6-4, 4-6, 6-3)로 꺾고 지난해 프랑스오픈.US오픈 우승에 이어 통산 세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에넹은 잔디코트인 윔블던 대회만 제패하면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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