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정상화>3.내부갈등-勞.勞대립 조정창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기관사.보선원.역무원등 10개 직종으로 이루어진 철도는 어느한 직종이 일손을 놓아버려도 전국의 동맥은 일순에 마비된다.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시 되지만 조직이 방대하고 직종이 다양한만큼 불협화음의 소지 역시 크다.
이번 全機協의 철도 불법파업 원인을 철도청 내부에서는 기관사들의 상대적 지위 상실감에서 빚어진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관사들은 「철도의 꽃」으로 불리며 다른 직종에 비해 우월한대우을 받아왔으나 점차 처우가 다른 직종과 평준화되면서 불만이누적돼 왔다는 것이다.기관사들의 처우와 지위가 크게 격상된 때는 70년대 초.
69년1월 천안역으로 진입하던 청룡호 열차가 기관사의 졸음운전으로 완행열차를 들이받으면서 41명이 사망한 대형 열차사고가계기가 돼 당시 朴正熙대통령이 기관사들에 대한 대폭적인 처우개선을 특별 지시,운전수당이 본봉의 1백9% 수준 으로 파격적으로 높아졌다.그러나 수당 비율은 계속 낮아져 현재 11%에 불과하다. 또 1백만㎞ 무사고 기관사에 대한 포상도 70년대 초부터 실시됐다.74년1월 첫 포상자 이후 올 5월말까지 2백51명이 배출됐다.이들에게는 홍조근정훈장.수당인상등 혜택과 함께2백만원의 격려금이 지급됐다.그러나 2백만원의 격려금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별다른 「특혜」없이 일해온 역무원.보선원.검수원등 타직종 종사자들이 기관사에 대해 갖던 부러움과 질시의 눈초리도 이제는 옛일이 돼버렸다.
철도노조와 全機協의 오랜 갈등.대립이 이번 파업을 일으킨 도화선이 됐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全機協이 『노조가 조합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임금교섭은 거의 포기한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철도청과 유착,노동 귀족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관사들이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96년 철도 공사화를 앞두고 파업을 통해 실체를인정받으려 했던 全機協이 철도노조와 주도권 장악을 위한 勞-勞싸움을 벌이는 것도 결국은 기관사들의 失地회복을 위한 안간힘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철도파업은 기관사들의 불만이 원인이지만 철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3만8천명의 직원이 제각기 이해를 달리해 갈등의 뇌관이 산재해 있는데도 뇌관을 제거할 안전판이 거의 없다는 것은철도가 갖는 최대의 약점이다.
다른 기관에 비해 내부투서가 많기로 정평이 나있는 철도는 지난해 서울지방청에 접수된 고충처리 신청이 2건이었던데 비해 수사기관이나 청와대.정부합동민원실등 외부기관을 제외하고라도 철도청 본청에 접수된 투서가 28건이나 됐다는 사실은 불만을 노출시키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철도는 정상을 되찾고 있다.하지만 대화에 의한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불화의 소지를 곳곳에 안고있다.따라서 앞으로 노사간.직종간.직원간의 화합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등장했다.
파업 참여자와 비참여자간 마음의 골은 말할 것도 없고 우선 파업을 주동했거나 이에 적극 가담한 全機協 관련자들의 해고,열차운행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타직종에서 기관사로 전환한 직원과 기존 기관사들의 어색한 관계의 해소등은 발등에 떨 어진 시급한과제다. 철도청은 현업부서원들의 고충을 제대로 진단하고 노사간대화의 창구 역할을 담당할 노무관리 부서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나 기구신설에 앞서 노사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를 확보하고 직종간의 조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지적이 다.일제시대부터 관습처럼 이어져온 인사관리의 대혁신이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철도원들은 『노조도 사용자측에 편향됐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하고 조합원들의 입장을 사용자측에 적극 전달하는 노력을 통해 사태수습에 앞장서달라』고 기대하고 있다.
〈金石基기자〉 ◇다음회는 인력운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