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면 감사 표시로 신정아씨에 2000만원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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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지검은 박문순(53.사진) 성곡미술관장이 "올해 초 신정아씨에게 오피스텔 입주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으며 이는 그 즈음 남편(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사면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 표시였다"고 진술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신씨의 부탁으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변양균(58)씨가 사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고 보고 신씨와 변 전 실장, 박 관장을 다시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김 명예회장은 1998~2000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그룹에 26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5년 3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항소를 포기한 뒤 올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때 사면.복권됐다. 당시 사면.복권된 434명 중에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경제인 160명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박 관장이 '신씨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의 오피스텔(경희궁의 아침) 보증금 2000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준 이유에 대해 박 관장은 "신씨의 중개로 변 전 실장이 (자신의 부산고 21회 동기동창인) 김영진 변호사를 소개시켜 줬고, 올 2월에 남편이 사면 받게 돼 신씨에게 사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변 전 실장의 변호인이다. 그는 김 명예회장의 1심 판결문에도 공식 변호인으로 적혀 있다. 박 관장은 최근까지 "신씨가 일을 잘해 18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 적은 있으나 보증금은 주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성곡미술관 3층에 있는 박 관장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40억~50억원가량의 수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곡미술관 공금 4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관장을 상대로 돈의 출처를 캐물었다. 이 돈은 옛 쌍용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명예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으로 드러날 경우 검찰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에 돈을 회수토록 통보할 방침이다.

한때 재계 서열 6위였던 쌍용그룹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공중 분해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신씨 명의로 개설된 은행 개인 금고에서 2억여원의 외화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돈이 박 관장의 것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조강수.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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