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고통스러운 치핵 예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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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성은 잘못된 배변 습관, 여성은 임신·변비·다이어트.”

이처럼 치핵(치질의 일종)의 원인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예방법도 남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과 점막 아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져서 빠져나오는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 국민 25%가량이 이 병을 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치핵은 2005년부터 2년 연속 한국인의 가장 흔한 입원 사유였다.

치핵의 발생 빈도에선 성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대항병원(대장·항문 전문병원)에서 2001∼2006년 치핵 수술을 받은 5만7000여 명 가운데 남성은 51%, 여성은 49%였다.

그러나 원인에선 뚜렷한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

대항병원 이두한 원장은 “남성 치핵의 주원인은 잘못된 화장실 이용 습관”이라며 “화장실 갈 때 신문·잡지를 들고 들어가 마지막 기사까지 보고 나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문에 힘을 뺀 채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중력으로 인해 항문 주위의 혈관에 피가 고이게 되고 이것이 치핵으로 발전한다는 것.

과도한 음주도 항문 주변의 혈관을 확장시켜 출혈을 유발한다. 골프·보디빌딩·등산 등 복압이 올라가는 과격한 운동도 치핵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치핵이 있는 남성의 경우 초기엔 대개 내복약·좌약·좌욕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밖으로 밀려 나온 항문(탈항)이 손으로 눌러야 들어가거나 심한 출혈·통증을 동반하면 수술이 요구된다.

여성의 치핵은 임신과 관련이 있다. 임신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변비가 잘 생긴다. 항문 주변 조직이 약해져 붓기도 잘 한다. 하지와 항문의 혈류 흐름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출산 시 과도한 힘을 주어 빠진 항문이 다시 들어가지 않아 치핵 환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항병원 이은정 전문의는 “심한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도 여성 치핵의 흔한 원인”이라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피하고 배변 시 불편감이 있으면 꾸준히 온수 좌욕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핵이 있는 여성이 임신한 경우 임신 3개월 이후라면 수술이 가능하다. 그 이전이라면 좌욕, 항문 연고, 소염제 복용이 권장된다. 이보다는 임신 전에 미리 치핵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치핵을 예방하려면 한 번에 10분 이상 변기에 앉지 말고 화장실에 신문·잡지책을 들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쪼그리고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일도 피하는 게 상책. 음주도 자제한다. 가파른 산을 오르거나 지나친 골프 사랑도 곤란하다. 몸에 꽉 끼는 옷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것도 치핵 예방에 효과적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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