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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학' 김주팔 대표 "北소설 '황진이' 다시 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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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말 내용 심사를 받지 않아 배포가 중단됐던 북한소설 '황진이'를 한달여 만에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창간한 계간문예지 '통일문학'에 '황진이'를 게재했던 김주팔(金柱八.63)대표는 통일부로부터 '황진이'의 내용 일부를 수정해 배포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황진이'는 북한 문단의 중견 작가이자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62)씨의 장편 역사소설로 계간 문예지 '통일문학'3호를 통해 지난해 12월초 소개됐었다. 그러나 같은 달 17일 통일부가 "이념성이 포함된 북한자료는 일반에 공개하기전 내용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배포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통일문학 측은 내용 일부를 수정한 뒤 오는 5일부터 9백부(값 1만원)를 시중에 다시 배포할 예정이다.

통일문학측은 '황진이'를 게재한 뒤 올 여름쯤 단행본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황진이'는 2002년 말 북한에서 간행돼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소설은 독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황진이와 서경덕의 사랑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기생과 사대부의 만남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처리되고 '놈이'라는 화적과 황진이의 비극적인 사랑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양반인 아버지와 여종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황진이가 기생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놈이에게 바치는 성애(性愛)장면 등 곳곳에 등장하는 에로틱한 표현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반의 위선과 허위 의식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노골적인 음담패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통일부로부터 배포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소설 '황진이'외에 시 15편.소설 2편.수필 3편 등 북한 문학 작품 20편이다.

통일문학측은 또 최근 북한 소학교부터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교과서 1백52종 9천1백20부와 '조선문학(2002~2003년)' 2천4백부도 통일부 심사를 거쳐 반입 승인이 났다고 밝혔다.

'통일문학'은 金대표가 2002년 7.4남북공동선언 30주년을 맞아 창간한 문학계간지로 북한을 비롯 중국.러시아.미국.일본 등에 거주하는 교포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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