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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벼룩시장 인파, "황학동 시절 안 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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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서울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긴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새로운 쇼핑명소로 등장했다. 청계천 공사로 갈곳을 잃은 청계 2~9가 노점상들이 둥지를 튼 이 풍물시장에 휴일인 1일 많은 시민들이 몰려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오리지날 뽕짝 테이프, 두개 천원. 아따, 아줌씨 속아만 살았나. 이 '디스코 파티' 테이프 정품이랑께요…."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경쾌한 트로트 선율이 쩌렁쩌렁 울리는 노점 앞으로 손님들이 몰려들자 노점상 강성훈(53)씨는 신이 나는 듯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22년간 청계천변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노점을 하다 이 곳으로 옮겨 왔다는 강씨는 "오늘만 같으면 '잘 나갔던' 황학동 시절도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황학동 벼룩시장이 두달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1일 찾은 동대문운동장의 풍물시장은 '탱크 빼놓고 없는 게 없다'던 옛 명성 그대로였다. 모처럼 포근한 날씨를 맞아 시민들이 대거 몰린 풍물시장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9백여 노점상들이 좌판을 펴고 내뱉는 걸쭉한 입담도,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손님들의 흥정도 여전했다.

초등학생 두 아들과 함께 책을 고르던 김시화(은평구 갈현동)씨는 "황학동 벼룩시장이 없어져 아쉬웠는데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구수한 풍물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점상들의 마음 한켠엔 근심이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말 청계천 복원공사로 쫓겨난 이들은 한달 보름 만인 지난달 16일 서울시의 배려로 동대문운동장에 둥지를 틀었다. 설 연휴가 낀 데다 날씨도 추워 찾는 사람들이 뜸했으나 이번 주말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전기가 연결되지 않아 해가 지면 철수해야 하고, 비나 눈이라도 오면 차단막이 없어 장사를 못하는 실정이다. 또 2년 뒤 운동장이 헐리면 다시 떠나야 한다.

양영유 기자<yangy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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