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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관전기>작가가 본 韓.獨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후반 들어 황선홍과 홍명보가 연속골을 터뜨리는 순간 우리는 또 한번의 극적인 무승부,혹은 역전승까지를 기대하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전반의 세 골은 너무 컸다.3-2의 패배….전반전에서 대등하게 버티고 난 후 독일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승부를 건다는 김호감독의 작전은 결국 50%밖에 들어맞지 않은셈이다.나머지 50%의 착오를 불러온 것은 G K 최인영을 비롯한 수비진의 집중력 결여였다.리들레의 두번째 골과 클린스만의세번째 골은 막아줬어야만 했다.그랬다면 김호감독의 작전은 멋지게 들어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은 한국축구사상 가장 화려한 45분이었다고 해도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세계최강 중의 하나인 독일을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멋지게 두 골을 터뜨렸다.아시아 대표인 한국을 상대로 독일이 시간을 끄는 지연플레이까지 펼 쳐야만 하는 수치스런 상황이 되리라고는 아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아쉬움이 남지만 박수를 보내야할 한판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스페인전에서도 그랬듯 왜 한국 선수들은 골을 먹고 나서야 신들린 듯한 공격을 보여주는가 하는 점이다.그것은 한국선수들이 스페인.독일이라는 세계정상급 팀에 대해 심리적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꼭 위축되었다는 말만은 아니다.지나친 투지로 경직된 모습을보이는 것 역시 심리적 부담인 것이다.두 골,혹은 세 골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몸이 풀리는 현상은 안타깝기만 했다.이런 부담감은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던 것 으로 보인다.우리는 예선전내내「이기려는」것이 아니라「지지 않으려는」경기운영을 했다.이번대회에서 선전했으니 앞으로는 이런 심리적 부담을 씻을 수 있을것으로 본다.또 한가지 우리 선수들은 2차,3차의 볼처리에 약하다는 점이다.문전 에서 상대의 머리에 맞은 볼이 외곽으로 처질때,혹은 슛이 상대의 몸에 맞거나 골포스트에 맞고 퉁겨나왔을때 등의 후속 볼처리에 우리는 내내 취약점을 보였다.축구강국들의 경우 물론 멋진 골도 많지만 바로 이런 2차,3차의 볼처리를 통 해「그저 주워먹는」득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눈여겨봐야만한다.이날 독일의 두번째 득점이 바로 그런 경우다.그들에 비해우리선수들의 볼에 대한 집착과 예측력이 모자라다는 얘기인데,앞으로 보완해야만 할 점이다.어쨌든 우리는 이날도 수비 의 허술함과 공격의 화려함을 모두 드러내면서 투지 넘치는 추격전으로 세계축구팬들의 주목에 값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본선 1승과 16강의 꿈은 다시 98년 프랑스대회로 미루게 되었지만 분명 한국축구는 한 단계 발전했다.독일.스페인.볼 리비아를 상대로 2무1패,4득점.5실점의 전적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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