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판정승”속 비쥬류 세과시/민주당 국회직 인선갈등 경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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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체제론 야통합 기대난망/DJ어떤 카드낼까에 관심
국회직과 상임위원장 인선문제를 둘러싼 민주당내 주류·비주류의 갈등이 28일 오전 일단 주류측의 판정승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지난번 총무 경선·국회부의장 경선등에 이어 치러진 주류·비주류간의 3라운드 대결은 역으로 당내 크고작은 문제에 막강한 발언권을 갖게된 비주류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이번 대립 양상이 앞으로도 당운영에서 끊임없이 재현될 것으로 보고 지도체제 개편을 포함한 전반적 개편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 주류측이 지도체제개편등을 시도키 위해 전당대회를 열 경우 이번 각종 인선경쟁에서 보듯 주류가 비주류를 과연 표대결에서 꺾을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의 비주류가 이번 경쟁과정을 통해 성장한 것이다.여기서 민주당의 대주주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의 태도가 관심을 끌고있다.
김대중씨를 막후에 업고 있는 주류가 이처럼 당하고 있는 것은 곧 민주당내의 DJ에 대한 반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당내의 변화에 DJ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앞으로 관심인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인선을 놓고 이틀간 12시간 이상에 걸쳐 최고위원 회의를 여는등 KT체제 등장이후 가장 극심한 의견대립을 빚었다.
「상임위원장은 3선급이상,중임이나 연임은 원칙적으로 배제」라는 나름의 원칙이 있음에도 민주당이 이처럼 진통을 겪은 것은 양측이 모두「자기 사람 심기」 노력을 집요하게 추구한데다 야권대통합을 보는 입장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대표를 필두로 한 주류는 이번 인선부터 웬만큼 양보를 해가며 야권통합의 분위기를 잡아나가자는 입장이었고 비주류는 야권 통합과 이번 인선을 결부시키지 말라는 쪽이었다.이러한 의견차는 장경우의원(안산―옹진)에 대한 상임위원장 배려 문제에서 드러났다.
최근 범주류로 방향을 바꾼 유준상최고위원은 27일 회의 벽두부터『야권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백리마」인 장의원에게 고가를 지불해야만 앞으로 「천리마」를 유인할 수 있다』는 논지로 영입론을 개진.
반면 조세형최고위원은 같은 계보이자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실의원(서울 동작을)에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안겨주어야만 자신의 시장후보 작업이 용이하다고 판단,『거래하듯이 자리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의사를 표시.
이대표는 밤12시쯤『저사람들하고는 당을 같이 못하겠다.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어 지도체제를 정비하자』는 극단론을 동교동계의 권노갑·한광옥최고위원에게 밝힌뒤 회의 종료를 선언.
결국 이번 갈등은 날을 바꿔 열린 28일의 회의에서 김원기최고위원이 자신의 계보인 최낙도총장카드를 수용,주류측에 동조함으로써 주류(이대표·권노갑·한광옥·유준상·김원기)가 비주류(조세형·신순범·이부영·노무현)보다 수적 우세를 보이면서 타결.
○…민주당내 주류·비주류는 이미 제2라운드 당권경쟁이 개막되었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류측은『이번 파동에서 나타났듯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는 야권대통합을 성사시키는데 한계를 드러냈다』며 당 구조개편을 구상중이고 비주류는 야권통합을 내세운 주류의 독주와 세력확대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전당대회가 개최되더라도 차제에 당권 을 빼앗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대표가 야권 통합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비주류 대표격인 김상현고문도 이미 지난 5월초부터 전국 1백개 지구당 순방을 마친 상태다.〈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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