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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 3억弗 수출…기술력으로 꽉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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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신도리코가 10년 넘게 가슴 졸이던 '수험생'신세에서 벗어났다. 휼렛패커드와 세계 프린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렉스마크가 자신들이 판매할 프린터 전 기종에 대한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를 신도리코에 맡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렉스마크는 신도리코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신도리코를 렉스마크의 프린터 전담 공급 업체로 최종 낙점했다. 렉스마크는 이번에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한꺼번에 3억달러어치의 프린터를 수출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렉스마크는 1991년부터 신도리코의 프린터 제품을 사갔다. 그러나 매년 한개 기종 생산을 의뢰했고, 주문량의 편차도 심했다. 특히 렉스마크는 이번에 신도리코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신도리코와 다른 외국업체를 놓고 마지막까지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렉스마크는 엔지니어 10여명을 신도리코의 주력 공장인 충남 아산 공장에 보내 생산 시스템과 품질관리 체계를 꼼꼼히 따졌다. 또 기술연구진의 개발 능력을 테스트 하기 위해 아이디어만 주고 샘플을 내놓으라는 요청도 했다.

신도리코의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표희선(사진)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26일 신도리코가 독자개발한 레이저 복합기(모델명 X222)를 세계시장에 선 보이자 렉스마크가 마침내 기술력을 인정해 줬다"고 그간의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이 제품은 분당 22장(A4용지 크기)을 복사한다.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력 속도다. 여기에다 프린팅을 하면서 팩시밀리와 컬러 스캔기능을 갖춰 여러 사무기기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표부사장은 이번 전략적 제휴와 수출 계약의 성사로 신도리코는 프린터 업체로서의 위상을 더욱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데다 최근엔 델(DELL)에 대규모 프린터를 공급하는 전략적 제휴를 해 긴장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대량 수출 루트를 뚫어 생산규모 경쟁에서 처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도리코는 이번에 출시한 레이저 복합기의 성능을 내세워 렉스마크를 설득했다. 렉스마크 역시 프린터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델을 견제하기 위해 확실한 프린터 공급업체가 필요하던 시점이어서 결국 두 회사는 같은 배를 타게 됐다.

표부사장은 "중국 칭다오(靑島)공장이 올 상반기 안에 연간 2백만대에 가까운 프린터 생산체제를 갖추면 국내외 생산량이 4백만대 이르러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쌓으면서 프린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중국에 미리 생산기지를 건설한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신도리코=지난해 6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대표적인 사무기기 업체다. 복사기와 프린터가 주력 생산품이다. 복사기는 일본의 니코와 제휴를 해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무기기 연구인력을 갖고 있다. 연구진 2백명가운데 절반이 석.박사급이다. 1960년 설립된 이회사의 창업자는 개성상인 우상기 회장이다. 우회장이 2002년 타계하자 장남 우석형 회장이 지난해 경영승계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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