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대 「바람몰이」 주춤/연대파업 사실상 무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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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현대·대우 등 대기업 노조들 소극적/조합원들 시큰둥… 조직력 한계 노출
27일 연대파업을 선언,전기협의 투쟁강도에 맞춰 전국적인 투쟁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전노대의 투쟁전략이 일선 단위노조의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수였음이 드러났다.
전노대의 투쟁중심 사업장 가운데 현대중공업만이 부분파업에 들어갔을 뿐 대우조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간대기업노조들이 전노대의 동시 파업일정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중공업노조 이갑용노조위원장(35)과 대우조선노조 최은석위원장(38)은 각각 현총련과 대노협 의장이면서 전노대 4인 공동대표의 일원들이어서 27일 연대파업일정에 이들 사업장이 적극 동조하지 않은 것은 일단 전노대 조직력의 한계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부는 전노대의 연대파업기도를 제3자 개입행위로 규정하고 개별사업장에 대해 전노대측의 행동지침에 따르지 말고 자율적으로 타결하도록 유도해 전노대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노대가 올해 투쟁의 중심으로 설정한 주력사업장은 현재파업이 진행중인 철도·지하철을 포함,현대중공업·대우조선등 조선업종과 기아자동차·대우자동차등 자동차업종 사업장들이다.
전면파업이 진행중인 사업장은 철도·지하철을 포함,대동기계·대우기전·(주)금호등 모두 6개 사업장에 불과하다.
또 투쟁중심사업장중 파업찬반투표를 마친 노조는 대우조선등 6곳이며,조만간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진중공업·기아자동차·대우자동차등 7개업체 노조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좌우할 핵심 사업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등 두곳.
현대중공업노조는 23일 쟁의행위를 결의한뒤 24일 오전8시부터 11시까지 월드컵축구중계 시청을 겸한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25일 오전10시부터 20분간 1천4백명이 부분파업을 벌였고 27일에도 사내 종합운동장에서「전기협 경찰투입 규탄대회」와 쟁대위 출범식을 갖기로 하는등 5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기로했다.그러나 이는 규탄대회라는 「성의」를 표시했을뿐 전면파업은 피해 연대파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동참이라는 전노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현총련은 현대자동차노조의 독자노선으로 단결력이 약화돼 올해는 공동투쟁보다는 현대중공업을 선도투쟁사업장으로 앞세우고 있다.비교적 강성인 현대정공도 전노대 파업일정을 따르지 않고 있고 다른 사업장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별도의 임금및 단체협약교섭팀이 주3회씩 교섭을 벌이고 있는중이며 노조측 단체협약교섭팀장이 교체된뒤 교섭 진도가 다소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21일 전 조합원(8천3백명)의 3시간 부분파업을 시도했으나 1천여명만이 응한 이후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27일의 연대파업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노조측이 기본급을 낮추고 인사경영권 일부조항에 대한 양보의사를 밝히는등 교섭에 상당히 진전이 있어 전노대 파업일정에 참여할 가능성은적은 것으로 알려졌다.대노협도 대우기전이 불법파업을 진행중이나 업종별· 지역별 동질성이 약해 공동투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기아자동차노조는 21일부터 부서별 연장근로 거부를 계속하고 있으나 27일의 연대파업에는 동참하지 않았으며 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부분파업이 예상된다.
이처럼 민간기업 노조들이 전노대의 파업일정에 일사불란하게 따르지 못하고있는 것은 일선 조합원들의 투쟁열기가 기대치에 미달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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