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6.25 44돌 前인민군 간호장교 이복순씨 手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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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살자,살아서 이 처절한 비극을 누군가에게 증언하자.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먹고 살아남자.』 그들은 수술중 잘라놓은 전우의 팔.다리와 시체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그러나 구린내와 비릿한 냄새에 진력이 난 이복순과 윤군의는 양식을 찾기 위해 계곡을 뒤지다가 포기하고,포성이 들려오는 은은한 별빛 아래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
인천 상륙작전을 필두로 국방군과 미군의 대공세가 개시되자 낙동강 전선의 인민군들은 필사의 후퇴를 시작한다.
임신한 몸으로 후퇴에 지친 송간호원은 뱃속의 아기와 함께 낙동강에 몸을 던진다.이복순과 윤군의는 북으로 퇴각하다 국방군의기습을 받고 윤군의가 부상을 당한다.어쩔 수없이 국방군에 투항한 윤군의는 복순과 생이별을 하게된다.
신은 벗겨져 달아나고,찢어져 피가 흐르는 발바닥은 모진 고통을 안겨주었다.살아남기 위해 풀뿌리와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북으로 올라가던 이복순은 만주에서 같이 내려왔던 장갑수 전사를 만났다.그녀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겁탈하려는 장갑수 를 오진우에게 받았던 호신용 권총으로 쏘아 넘어뜨리고 달아난다.
국방군의 추격은 간헐적으로 지속되고,총격을 피해 달아나던 이복순은 끝내 기진맥진해 기절하지만 연대 참모장이 물을 먹여서 가까스로 살린다.
패잔병속에서 김순실과 재회한 이복순은 걸을 수 없어 한 농부가 그녀를 업고 삼팔선까지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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