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영진위 예산 지원 ‘독립영화 전용관’ 다음달 명동에서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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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황규덕 감독의 영화 '별빛 속으로'.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조선학교를 감동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는 올봄 개봉 이후 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국산 다큐로선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이다. 일본 사회에서 우리말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일상을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기간만도 무려 18개월. 여느 상업영화 제작사라면 쉽게 만들기 힘들었을 역작이다.
다큐든, 극영화든 이처럼 주류 영화산업의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흔히 독립영화라고 부른다. 이는 나아가 기존 상업영화에서 시도하기 힘든 다양한 주제와 표현을 다루는 작품을 가리키는 말로도 통용된다.

한국 독립영화는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배급, 즉 관객이 볼 수 있는 극장을 확보하는 일이 큰 난제였다. 수백 개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상업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우리 학교’는 관객이 극장으로 찾아오는 일반적인 상영 방식만이 아니라 시민단체나 소모임의 요청을 받아 영화가 관객을 찾아가는 이른바 ‘공동체 상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전용관이 문을 연다. 서울 중구 명동의 중앙시네마 5개관 중 160석 규모의 스크린 한 곳을 임대해 다음달 8일 개관하는 ‘인디스페이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산하의 독립영화지원센터가 운영을 맡는다. 센터 측은 주류 영화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비롯한 장편 독립영화를 선정해 최소 2주간의 상영기간을 보장할 예정이다. 적합한 외국영화와 단편·애니메이션·실험영화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독립영화지원센터 원승환 센터장은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영화를 안정적으로 소개해 독립영화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겠다”며 “관객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독립영화계에도 새로운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식 개관에 앞서 10월 중에도 맛보기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꾸준히 독립영화를 만들어 온 전수일·황규덕·민병훈 감독의 전작을 상영한다. 또 최근 잠깐 개봉에 그친 김정중 감독의 ‘허스’와 김소영 감독의 ‘방황의 날들’도 볼 수 있다.

중앙시네마의 다른 세 스크린은 1일부터 스폰지하우스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영화를 주로 소개해 온 스폰지하우스 종로점이 시네코아에서 중앙시네마로 이전한 것. 나머지 한 스크린은 중앙시네마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스폰지하우스 역시 이전 기념으로 그간 호평받았던 국내외 영화를 한꺼번에 다시 볼 수 있는 영화제 ‘웰컴 투 스폰지하우스’를 10월 한 달 동안 마련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판의 미로’ ‘타인의 삶’ ‘더 퀸’ ‘수면의 과학’ 등 28편을 상영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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