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動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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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動은 무거운(重)힘(力)을 뜻한다.옛날 논밭을 갈거나 야생짐승을 잡을 때는 힘이 필요했다.곧 당시 움직인다는 것은 생존의방편으로서 좋은 의미였다.그러다 후에 오면 다른 나라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물론 무거운 짐이 따랐다.
亂은 본디 얼레에 얽혀 있는 실을 여인이 정성스레 푸는 모습이다.믿어지지 않겠지만 한자가 많이 변했음을 감안하자.그래서 亂은「혼란」의 뜻을 가지고 있다.
動의 목적이 생존에서 남을 치는 것으로 바뀜에 따라「움직인다」는 것은 곧 전쟁을 의미하게 되었고 전쟁은 혼란을 수반하였으므로 動=亂이었던 셈이다.그래서 動으로 이루어진 단어치고 좋은뜻을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다.動搖.動員.亂動 .騷動.煽動등. 이처럼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으므로 양반은 아무리 급해도 달려서는 안되었다.그랬다가는 輕擧妄動이 된다.백성이 압제에 참다못해 일어나면 暴動으로 매도했다.어린이도 조용하고 차분해야 착한 아이로 여겼다.
6.25는 씻을 수 없는 민족적 비극이었다.확실히 動이 곧 亂임은 우리가 익히 체험했던 바다.
그러나 이제는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시대다.그렇다고 動=亂이되어서는 안되겠다.安分守己,곧 각자 분수를 지킬 때 가능하지 않을까.민족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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