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美.中.日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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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美國과 中國.日本등 북한핵 관련국들은 대체로 역사적인 남북한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2일 북한측으로부터 金日成주석이 지미 카터前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북한핵개발 동결 메시지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서한을 받은 즉시 빌 클린턴대통령이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할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남북한 정상 회담은 미국뿐 아니라 中.日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일단 공통된 반응을보이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북한과의 핵줄다리기로 지쳐있는 마당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면됐지 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더구나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경우 미국의 정치적.외교적 부담을 오히려덜어주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이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어느정도 완화되면 미국이 앞장서 이를 추진해야하는 부담을 덜게 될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에 好材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보스니아.아이티 사태는 물론 의료제도 개혁과 복지제도개선 캠페인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입장인데다 섹스스캔들로 소송마저 걸려있어 對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용으로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는 정치적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가리켜 이번 미국의 北韓-美 3단계 고위급회담개최 선언은 북한핵위기 완화가 아니라 「클린턴이 맞고 있는 위기의 해소」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을 정도다.
남북한 정상회담도 여기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미국내 정계인사들은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원해왔고,남북한간의 직접대화등 당사자간 해결을 촉구해온만큼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중국은 對북한 제재를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두고 고심하면서 남북한긴장 해소에 어느정도 기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그런데 미국이 對북한 제재를 유보한데 이어 남북한 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중국의 어려운 역할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닐 수없다. 더구나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북한내 긴장 고조가 결과적으로 북한난민 유입은 물론 對북한 무역중단이나 침체등 경제적 파급을 우려해왔다.이같은 파급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부담도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부분적이나마 해 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반도에서의 위기 상황은 中國자신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北核위기는 中國의 위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日 本 일본 역시 내면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심각한 분쟁이일어나는 것이 일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전략적으로 남북한이 긴장상태로 있는 것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이 동북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일본은 그러나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환영과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안보리의 對북한제재 결의안을 앞두고 在日 조총련의 對북한송금을 차단함으로써 北核문제가 국내로 파급되는 부담을 안고 있었으나 안보리 제재가 유보되면서 우선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 북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연립정부내 상당수 인사들의 對정부 공격을 모면할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여기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크게 작용,이같은 부담을 줄이는데 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 다.
그러나 이들 3국은 남북한 정상회담이 북한-미국간의 대화재개로 인한 한반도 긴장완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고 심지어 북한-미국간의 대화 테두리내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보려는시각을 갖고 있어 표면적으로 크게 관심을 나타내 지 않고 있다는 것이 워싱턴내 정치분석가들의 설명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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