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자본론,그 속편…」/알랭 투렌느 「민주주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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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장래를 조망한 두권의 책/프랑스 출판계서 “돌풍”/비판론적 인식서 출발… 사회학적 성찰/민주/공산권 몰락의 현실바탕한 체험 취재기/자본
21세기에 있어 정치이념으로민주주의가 담당해야 할 역할과 기능은 어떤 것인가.또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자본주의는 과연 21세기에도 변함없는 경제이데올로기로 기능할 것인가.세기말적 전환기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장래를 조망 한 두 권의 책이 프랑스 출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로 세계적 석학인 알랭 투렌느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와 프랑스 현대지성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명인 기 소르망(경제평론가)의 『자본론,그 속편과 종말』이 그것이다.
접근대상과 함께 접근방식에서 두 사람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투렌느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비관론적 인식을 출발점으로 해 폭넓은 사회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사색을 미래로 확장해 나간다.소르망은 냉전종식과 공산권의 몰락이라는 현실인식에서 출발,세계 각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한 자본주의의 현실과 미래를 체험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민주주의 …』가 인식론적 사삭기라면 『자본론 …』은 경험론적 취재기인 셈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라 생각할 수 없는게 정치와 경제라는 점에서 두사람의 저술은 21세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필독서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프랑스 지식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투렌느는 도구적 합리성이 강요하는 힘의 논리와 이익의 논리앞에 무력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인간적 현실을 근대성의 위기라고 표현한다.자기 스스로 만든 세계에 대해 오히려 점점 통제력을 상실하고,수동적 존재로 인간이 전락하고 있다 는 것이다.이와 함께 점점 강화되고 있는 시장의 논리는 세계화 추세와 맞물려 국경과 정체성을 위협,문화적 다양성이 압살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한다.
『전체주의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연합세력이었다.그러나 공동의 적이 사라지고 합리화란 명분 아래 시장의 논리가 확장되면서 21세기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기의식과 더불어 시민권과 사회적 정의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민주주의의 기능은 이미 달성됐다는 인식이 21세기 민주주의에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부여해야 할 당위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상반된 이해가 타협하는 장이 아니라 역사와 미래,합리성과 문화적 전통이 교합하는 열린 마당이어야 한다.』
즉 21세기에 있어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타문화를 이해하는 문화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야만 시장과 공동체,세계화와 정체성 사이에서 단절된 세계를 재구성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르망은 레닌이 출생한 시베리아 울리야노프스크를 시작으로 2년간 세계 20개국을 돌아다니며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수많은얘기를 들었다.그 결과를 정리한 『자본론…』에서 소르망은 자본주의의 보편성과 문화적 적응력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21세기에도 자본주의는 유일한 진보의 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가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유럽의 심각한 실업문제가 이 점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21세기 정치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통찰력과 창조력이라고 소르망은 충고하고 있다.〈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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