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마비로 전국이 짜증.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시민들의 짜증과 분노로 시작된 하루였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 철도파업이 23일로 갑자기 앞당겨지고서울과 부산의 지하철마저 이에 동조,준법운행에 들어가 전국철도와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극심한 마비현상을 보였다.
23일아침 출근길 시민들과 철도승객들은 대책없는 운행중단과 지연에 대해『시민을 볼모로한 파업은 더이상 재연돼서는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역마다 큰 혼잡을 빚었다. KBS-TV는 이날 전국 주요역의 파업상황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다.
○…철도파업소식을 TV뉴스를 통해 미리 접한 탓인지 평소보다승객이 크게줄어든 서울역 대합실에는 예매권 환불과 관련한 안내방송이 10여분 간격으로 흘러나오고 역장 명의의 사과안내 벽보가 곳곳에 붙어있을뿐 전례없이 썰렁한 분위기.
모두 12개의 플랫폼이 있는 승강장 역시 오전7시15분에 출발하는 부산행열차이후 두시간 정도 열차운행이 전면 중단돼 한사람의 승객도 나와있지 않아 지극히 한산한 모습.
○…23일 아침 서울 석계역 주변은 1천여명의 출근길 시민들이 몰려 아수라장을 연출.
승객중 일부는 오전 6시10분쯤 인천행 전철이 통과한뒤 1시간30여분동안 시내방면의 열차가 단 한대도 통과하지 않은데다가역측이 상황설명 없이「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만 되풀이하자 매표소로 몰려가『표를 반환하라』『일을 어떻게 하느 냐』며 강력히항의. ○…열차운행 중단으로 시민들이 택시나 버스로 몰리자 일부 택시운전사들은 승객이 네명이 다 타야 출발하는등 얌체 상혼을 연출하고 시내버스들은 승객들이 넘쳐 문을 닫지 못한채 출발하는 버스들도 속출.
○…경인지역 주요 전철역은 오전7시 이후 몰려들기 시작한 이용객들로 승강장이 크게 붐비자『버스.택시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반복했다.
하인천역과 백운역은 오전4시부터 6시까지 全機協의 지시에 따라 매표소를 폐쇄하자 일부 이용객들이 발매 재개를 요구하며 역무실로 몰려가 항의.
부평역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역을 다시 빠져나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매표를 잠시 중단하고 승객들이 자유롭게 왕래할수 있도록 개찰구를 개방하기도 했다.
***지하철 ○…오전8시10분쯤 국철과 지하철 4호선이 교차하는 서울 동대문지하철역의 경우 국철의 일부 운행중단으로 열차도착이 크게 지연돼 5백~6백여명의 승객들이 승차권을 환불하고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매표소와 역계단등으로 몰려 북새통.
이에 따라 동대문역측은 국철이외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방송을 연이어 내보내고 역무원들을 승차역으로 배치,항의하는 시민들을 진정시키는등 혼란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