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1人劇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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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는 예년의 경우 대부분의 모노드라마가 제작비를 줄이거나 배우들의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되는 경향이 짙어 작품성이나 흥행성이 떨어지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올들어 이처럼 중견배우들의 모노드라마가 늘어난 이유를 카페떼아뜨르뚜레박의 이천우실장은『연극계 불황타개책의 일환으로 극단측이 보다 확실한 배우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공연의 다양화를 위해 일단 환영할만한 현상』이라 고 말했다.
연초 공연된 송승환의『너에게 나를 보낸다』(2월3일~4월17일)와 박영규의『불효자는 웁니다』(1월13일~3월15일)의 흥행성공은 일찌감치 올해 모노드라마 붐 조성을 예고했다.두 작품모두 객석점유율이 평균 40~50%에 달해 일반 연극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30%정도인 것에 비해 관객동원에 큰 성공을 거둔것. 뒤를 이어 지난 4월9일 하늘땅소극장에서 개막된 강부자의모노드라마『나의 가장 나종지니인것』(박완서 작.강영걸 연출)역시 매회 객석점유율 90%이상,유료관객 평균 80%이상의 호황을 기록중이다.이에 따라 극단측은 7월10일까지의 애초 공연일자를 8월21일까지로 연장했고 토.일요일에만 공연하던 것을 평일에도 공연하기로 하는등 공연 횟수도 크게 늘렸다.
21일부터 실험극장에서「오늘의 명배우 시리즈」중 첫번째로 공연하는 손숙의『셜리 발렌타인』은 여느 연극 못지않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1인극임에도 중간에 막을 한번 바꾸는 2막극으로 제작,무대세트비용이 두배이상 든데다 전문스태 프들을 대거동원,배우 출연료를 제외하고도 5천만원 이상의 제작비가 든것으로 알려졌다.
실험극장측은 명배우 시리즈 2탄 역시 모노드라마로 박정자의『11월의 왈츠』를 계획중이다.극단 사무국장 안영주씨는 배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릴수 있는데다 연습이나 공연스케줄 조정이 용이해 모노드라마를 연속 공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1일부터 세미예술극장에서 개막되는『날개』는 MBC드라마『제3공화국』에서 박정희역을 맡아 유명해진 이진수씨가 자신의 연극인생을 결산하는 무대로 만든 작품.이상의『날개』를 이진수씨가 직접 각색하고 제작.연출.기획.홍보까지 1인5역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진수씨는『요즘 연극이 흥행만을 따지다보니 너무 감각적으로 흐르는 것같아 안타까움을 느낀다』며『선배 연극인으로 흥행을 떠나 인생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진지한 연극 한편을 남기고자』1인극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연출가 김동훈씨는『1인극은 자신의 모든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중견배우일수록 부담을 느끼고 작품선정에 신중하다』며모노드라마가 활성화되려면『자기 과시욕에 빠져 혼자 즐기거나 엉터리 작품에 무조건 얼굴을 내미는 행위가 사라져 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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