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년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의 ‘1% 양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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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보령제약 김승호(75·사진) 회장은 50년 동안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왔다. 10월 1일은 1957년 김 회장이 서울 종로5가에 보령약국을 세운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자전거를 50주년 기념 엠블럼으로 사용했다. 그런 김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쪽 페달에는 ‘인재’를, 다른 쪽에는 ‘연구개발(R&D)’을 달고 힘차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전 임직원과 함께 새로운 50년을 향해 출발하는 ‘보령 브라보’ 행사를 연다. 이날에 맞춰 50년 경영 에세이집 『끝은 생각하지도 마』를 출간한다.

-창사 5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텐데.

“50년 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 50년을 혼자 일궈낸 기업은 흔치 않다. 평생 함께 고생하다 지난해 하늘나라로 간 아내와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77년 경기도 안양공장 수해다. 하루에 450㎜의 비가 쏟아져 새로 지은 공장이 완전 침수됐다. 하지만 거래처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전 임직원의 합심으로 극복해 그 해 매출이 30%나 늘었다. 위기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때부터 ‘1% 양보론’을 강조했다. 1%를 양보하면, 되돌아오는 반대급부가 훨씬 크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재단(보령중보복지재단·가칭)을 연말께 설립할 계획이다. 고령화의 급진전을 감안해 노인 복지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고혈압 신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2009년께 새로운 고혈압 치료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개발한 지 10년이 된 물질로, 3단계의 임상시험 중 2단계 후반에 와 있다.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매출의 5% 정도를 R&D 비용으로 쓴다.”

-국내 제약사 중 수출이 활발한 편이다.

“올해 수출액은 150억원 정도다. 보령은 80년부터 대만에 겔포스를 수출하기 시작해 대만 제산제 시장의 95%를 석권했다. 겔포스는 중국으로 처음 수출된 한국산 의약품이다. 올해 중국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판매가 예상된다. 전체 매출의 7% 선인 수출 물량을 2009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영권을 이어받는 김은선(49·4녀 중 맏딸) 부회장에게 점수를 준다면.

“(미소를 지으며) 100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잘하는 것 같다. 고생이 심해도 숙명으로 알고, 보령의 가치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글=김동섭 산업데스크 <donkim@joongang.co.kr>

글=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김승호=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예편한 뒤 사업을 물색하던 중 도립병원을 상대로 약재를 공급하던 형의 권유로 서울 종로5가에 자신의 고향 이름(충남 보령)을 딴 약국을 열었다. 그가 63년 설립한 보령제약은 지난해 매출 1810억원을 올린 국내 10위권의 제약사다. 겔포스·용각산·구심 등 스테디셀러 의약품을 만든다. 유아용품 회사인 보령메디앙스 등 보령제약 그룹 전체로는 지난해 36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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