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근 의원 '한나라 지원금' 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결국 자기들이 묻어둔 지뢰를 자기들이 밟는구먼.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된다고 봐야죠…."

지난 29일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불쑥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캠프의 35억원 지구당 탈법지원'(본지 1월 29일자 단독보도) 기사가 실린 본지를 본 뒤 한 말이다. 그는 지난 대선은 물론 이번 총선 기획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여권 내 책사다. 대선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들끼리의 피튀기는 싸움을 예고한 것이다.

그가 던진 말의 의미는 30일 드러났다. 한나라당 탈당파인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한나라당의 지구당 지원 내역을 폭로했다. 安의원의 증언은 생생했고 정황이 구체적이었다. 1억2천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는 安의원의 주장을 2백27개 지구당에 적용하면 2백72억원에 이른다. 다른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은 "安의원이 말한 돈은 최소치"라고 했다.

"전략지역에는 그 몇배로 내려간 것으로 안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그렇다면 지구당 등에 지원된 전체 돈의 규모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주고, 1만원권을 1백장씩 묶은 도장이 찍힌 띠지를 일일이 풀어 다른 띠지로 입혔다는 증언에선 전달수법의 교묘함까지 읽혀진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지구당에 내려보낸 돈들이 "모두 비공식 지원금"(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이라는 점이다. 선관위에 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중앙당에서 합법적으로 모은 돈이라는 盧캠프의 지원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李의원은 전달 창구로 한나라당 선대위의 李모씨와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또 다른 李모씨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만약 청문회가 열리면 이들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주장은 정치공방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이강철 영입단장은 "민주당이 주장한 盧캠프의 지구당 지원금은 이미 검찰조사에서 다 밝혔다. 이제 한나라당을 조사할 차례"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추가 수사 압력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구당 지원금 규모는 '차떼기' 등으로 조성한 불법자금 5백여억원을 대입해도 설명이 잘 안된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 규모는 1천억원은 나와야 지난 대선 때 쓴 돈의 대차대조표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의 10분의1 발언은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구당 지원금 공방은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출구(사용처)조사에 불을 댕길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대차대조표를 따지다 보면 수사가 어디로 확대될지도 모른다. 安의원의 폭로를 예고했던 여권 인사는 "(검찰)출구조사의 핵심은 지구당 지원금 조사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