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상 경험자들 “신중에 또 신중”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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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론·각론다른 북 이중태도 경계 충고/핵투명성 확인 반드시 의제 포함/미와 관계회복 위한 「카드」일수도
『우여곡절의 시작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28일)을 갖자는 우리정부 제의에 대해 5공,6공시절 남북정상회담 교섭에 관여한 한 인사는 21일 익명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안기부·통일원·청와대에서 이를 추진했던 인사들은 김영삼―김일성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 겉으로는 신중한 반응이다.
정상회담을 위해 김일성과 친서까지 교환했던 전두환전대통령은 요즘 자신의 경험을 빗대 한마디할 상황인데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카터의 메시지등 관련신문 기사를 꼼꼼히 스크랩하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그러나 익명을 전제로 하면 남북대화에 관계했던 인사들은 『북한의 핵전술 시나리오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정밀한 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5,6공 정권교체기에 안기부장을 지냈던 안무혁의원(민자·전국구)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20일 국회외무통일위에서 『북한은 남북간에는 정상회담 제의를 통해,미국과는 경수로 원자로 지원문제를 갖고 제재국면으로 치달았던 상황을 대화국면으로 반전시키고 있다』며 북한 의도의 「불순한」측면을 경계했다.6공총리를 지낸 노재 봉의원(민자·전국구)은 『핵을 중심으로한 여러 정책목표들이 분명하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국내외적으로 불명확한 요소들이 많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경험자들의 주문사항은 우선 북한의 제의를 다각도로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5공출신 고위인사는 『언제,어디서나,조건없이」라는 정상회담의「총론적」 적극성은 북한의 상투적인 자세』라면서 『「각론」에 가서 속마음을 드러내는 북한의 「2중적 접근방식」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우리정부의 의제선정 접근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판문점 회담을 경험했던 한 인사는 이홍구통일부총리가 『남북회담은 고위급으로 갈수록 의제 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려 주저앉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성사 우선」을 강조한데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이세기민자당정책의장은 『과거의 북한 핵투명성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사안인 만큼 이는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의제로 포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남북정상과 북―미 3단계회담·교통정리를 위한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긴요하다는 것이다.
6공시절 비핵화선언에 관계했던 고위 인사는 특히 『북한이 미국과의 3단계회담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써먹다가 미국과 관계가 회복되면 이 카드를 폐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박정수의원(민자)은 『북미 3단계 회담의 문제는 북한핵 미신고 시설 2곳에 대한 특별사찰이 있고난 뒤의 문제』라면서 『미국의 국익이 우리의 그것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6공시절 북한에서 김일성주석을 만났던 강영훈전총리는 『북한이 과거에도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는만큼 진의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특히 북핵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 작전이 아닌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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