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8.빨강 파랑 노랑의 콤퍼지션-피에트 몬드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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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1872~1944)은 마치 칸딘스키와 대립되는 개념이거나 혹은 접미사처럼 기술된다.대립적이라 함은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에 대해 차가운 추상이라 불린다는 것이다.접미사처럼 기술된다는 말은 칸딘스키가 정신을 철학적으로 합리화했을 때 몬드리안은 그 철학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몬드리안은 23년간 파리에 살면서도 피카소나 브라크의 아류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다할 개인전 하나 갖지 못했던 화가였다.카페의 모임에서도 그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였다.전망 좋은 센 강변에 아틀리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커튼을 굳게 드리운 채 수평.수직의 선만 그렸던 우직한 화가가 몬드리안이었다.그런 몬드리안이 20세기 미술을 움직이는 화가의 반열에 든 것은 표면적으로 칸딘스키와 대립적이면서도 상보적 위치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칸딘스키와 쉽게 대비되기 때문에 신조형주의 잡지『데 스틸』에 실린 몬드리안의 글은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렸다.그리하여 신조형주의 철학은 이후 형태를 극히 단순화한 미니멀 아트나색면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한 하드 에지(hard edge)등의후속세력을 이루어 그 선조인 몬드리안의 이름을 드높여주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몬드리안의 성공은 칸딘스키와 마찬가지로 서구미술의 큰 흐름에 대위법적으로 또는 새끼를 꼬듯 자신의 흐름을 끼워넣은 데서 비롯한다.그 새끼의 이름은 대상성이었고 그것을 꼬는 방식은 변화와 발전이었다.대상성이란 구체 적 형상을 가진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요소로 환원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이 구체적인 사실 형태를 충실히묘사했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설명이 필요하다.
몬드리안은 1908년『붉은 나무』로 이름을 날린 이래 줄곧 대상의 분해와 재해석에 매달렸다.밀물과 썰물은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표현되었으며 색채는 자연의 연상에서 도입되었다.즉 노랑은태양광선의 찬란한 움직임,파랑은 공간의 무한확장 ,빨강은 노랑.파랑을 통합하는 중간색으로 사용했다.그것이 신조형주의 이론이었다.즉 조형의 기법을 단순화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현상을 기호로 처리함으로써 순수한 리얼리티를 발견하자는 것이었다. 복제사진을 볼 때 몬드리안의 그림은 깨끗하고 말쑥해보인다.그러나 가까이 보면 그의 그림은 수많은 시행착오에 의해 겹치고 겹친 물감과 붓자국,그리고 균열로 얼룩져 있다.그것은 기하학적인 선 작업을 할때도 오직 붓만으로 자신 앞에 놓 인 무한한 가능성과 우직하게 대결했기 때문이다.그 결과 얻어진 것은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승리였다.만약 몬드리안의 머리를 컴퓨터에 넣었다면『돌을 넣지 마시오』라고 대답했을 컴퓨터도 그러나 작품 앞에서 손을 들었다.대답은 간명했다.
『컴퓨터도 이보다 완벽한 조형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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