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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古典 어른들 정서강요 역기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학입시에서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같은 현상은 「내 자식은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학부형들의 심리를 자극해 돈을 벌려는 출판사들의 상업주의가 빚어낸 것으로 뜻있는 사람들로부터 우려와 비난을 함 께 사고 있다.이렇듯 국민학생용 세계명작이 꾸준히 팔리자 계몽사.한국어린이교육연구원등 내로라하는 아동도서전문출판사 10여개사가 다투어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된 국민학생용 세계고전명작에는 주제에 관계없이 일반인들이 세계명작으로 꼽고 있는 작품이 거의 망라돼 있다.
톨스토이의 『부활』,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데미안』,펄벅의 『대지』,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샬럿 브론티의『제인 에어』『폭풍의 언덕』,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앙드레지드의 『좁은 문』등이 그런 것들이다.이 작품들은 모두 독서관계기관에서 중학교 3학년이상 고.대학생들의 필독 고전도서로 꼽는 책들.
도서출판 상서각과 계몽사의 경우 올해 안으로 어린이용 세계명작을 각각 60,30권의 전집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국민학생이 꼭 읽어야 할 특선세계명작」「수학능력시험에 필요한 논리력이나 추리력 증진을 위하여」등 학부형들의 심리를 건드리는 문구를 담은 이런 책은 이성간의 사랑.인생을 말하는 주제도 그렇지만 번역이나 스토리 연결등에 적지않은 문 제를 지니고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린이교육원에서 펴낸 『노인과 바다』의 경우 첫부분에 소년이 노인의 배를 탄 일수가 원문에는 40일인데 4일로 돼 있다.그러다보니 40일이 지나도록 노인이 고기를 한마리도 낚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가 아들에게 그 배를 타지 못하게한다는 부분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동문학 전문가인 李在徹단국대교수(63)는 『국민학생의 독서까지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출판사들이 적어도 어린이 도서에서만은 하루빨리 공익성을 회복하고 어린이도서에 대상연령을 적어주는등의 특별한 성의를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서교육컨설턴트인 宋永淑씨(47)도 『어린이들의 독서는 지식습득보다 정서함양이나 독서습관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어린 국민학생들에게 다이제스트된 세계명작을 읽게 한다면 정작 그런 명작을 읽어야 할 시기에는 읽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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