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자력산업회의 의장겸 한전사장 이종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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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北韓 核을 둘러싼 위기 상황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외신은 남한 곳곳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으며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까지 과장보도하고 있 다.남한에 있는 9기의 원자력 발전소는 과연 위험한 목표물이 될수 있는가.
실제로 발전소 자체가 공격받을 때 핵무기가 그러하듯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가.崔喆周 편집국부국장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李宗勳 한국전력사장(5 9)을 만나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와 기술수준,그리고 대외 협력사항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최근 일부 외신들이 최악의 경우 북한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해 원자폭탄 투하에 버금가는 피해가 날 것이라는 보도를해 국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과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있습니까.
▲북한 집단이 워낙 상식에 벗어난 집단이어서 물론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어느 신문이『북한이 원전을 폭격하면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보도를 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왜냐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폭탄과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原電은 직경 54㎜의 굵은 철근이 빽빽이 들어간 콘크리트 격납용기가 원자로를 안전하게 감싸고 있고 이 콘크리트의 두께도 1m20㎝나 됩니다.로켓공격을 받아도 파괴될 위험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원전은 공격받았을 경우 자동적으로 가동이 중단되고5겹으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는 원자로는 상당히 두껍고 단단한 단조鋼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韓電의 한 관계자는 또 우리의 原電은 모두 자연 지형을 이용,북한의 직사포 공격을 피하 도록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로켓탄이 똑같은 부분에 몇차례 거듭 명중돼 원자로가 깨져도 원전은 우라늄이 일시에 반응하는 원자폭탄과는 달리 폭발하지 않습니다.
핵폭탄은 90%이상의 농축 우라늄으로 만들어지지만 원전의 우라늄 농도는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뿐입니다.
-지금까지 실제 전쟁에서 原電을 공격한 사례는 있습니까.
▲이라크가 핵연료를 장전하기 전의 이스라엘 원자로를 공격하려다가 국제여론의 악화로 곤경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가동중인 남한의 原電을 공격하는 경우 상상할수없을만큼 거센 국제적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원전이 폭격에 견딜수 있는가 가상적인 실험을 한적이 있습니까.또 현재 운영중인 9기의 原電 경비체제에는 이상이 없는지요.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로는 대부분 가압 경수로형이어서 내부에서 압력이 발생해도 문제가 없도록 두껍게 설계되어있으며 또 체르노빌 원전과는 달리 핵연료봉이 녹아내려도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게 안전하게 건설됐습니다.
경비문제는 보안상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외부에서 게릴라나 불순분자의 침입은 거의 불가능할만큼 중첩 경비를 하고 있습니다.원자로에 이르는 철문은 모두 카드가 있어야 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시에 발전소가 공격 받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 전력 공급체제는 구축되어 있는지요.
▲전국의 발전소는 모두 하나의 송전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발전소 한곳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큼 출력이 줄게 되고 공급예비율 이하로 내려갈 경우 물론 전력 공급을 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시에는 항상 전력을 통제하게 마련이고 우 리의 비상체계도 오래전부터 이미 수립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해 계속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 原電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고 있습니까. ▲지금도 IAEA 사찰요원이 들어와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감시작업을 하고 있습니다.가압 경수로형은 3개월에 한번,중수로형 원전은 두달에 한번씩 사찰을 받아 나라 전체로는 한달에적어도 1기 이상씩 사찰을 받고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핵연료를 도입한 76년 이후 계속 사찰을 받고 있습니다만 핵을 워낙 투명하게 관리해 사찰요원들은 들어와도 발전소 당직자나 알 정도로 조용히 다녀갑니다.
-70년 첫 원전 건설이 시작된 이후 2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李사장께서 원전 건설초기부터 공사를 추진해 오셨는데 현재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어느정도 수준입니까.
▲지금 원전의 설계.건설.운영.보수 기술은 거의 자립 단계에왔고 이제 이웃나라들이 원전 관련기술의 협력을 요청하는 수준에이르렀습니다.
참고로 우리는 고리2호기를 76년 착공,10억달러를 들여 83년에 준공했지만 같은 경수로型의 필리핀 바탐 원전은 32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아직 완공을 못해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이 방한했을때 원전문제를 우리와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물 론 일부 핵심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짧은 기간에 비해 세계에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金日成주석이 미국에서 경수로형 원전 기술을 이전해주면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우리가 먼저 북한에 경수로형 기술을 협력할 의향은 없습니까.
▲미국이 원전 기술을 지원해줄 정도로 북한사회가 개방되고 핵투명성이 확보되면 우리라고 협력을 못해주겠습니까.가뜩이나 원전입지를 구하기 어려운 판에 황해도에 원전을 건설해놓고 전기를 나누어 쓰는 꿈같은 미래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 요.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북한의 核투명성과 개방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핵연료의 무기화 가능성은없습니까.또 핵연료 확보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최근 국제 현물 시장에는 러시아가 해체한 핵탄두에서 우라늄을 뽑아내 희석시킨 핵연료까지 덤핑으로 나오는 실정입니다.
또 우라늄은 생산지역의 분포가 넓고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
프랑스등과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접 핵연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기 때문에 3년치의 우라늄을 미리 확보해놓고 있어 우라늄의 무기화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다 최근에는 핵 폐기물 처분장문제와 해당지역 주민데모로 걱정이 많겠습니다.
▲사실 고민입니다.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006년까지 계획된 원전을 다 지으려면 지금 당장 한곳이라도 부지선정은 끝나야 하는데….「핵」발전소 대신「원자력」발전소라고 하고,핵폐기물 처리장 대신「방사능 물질 영구 처분장 」이라고 이름까지 고쳤는데 일부지역에서 주민반대가 일어나 큰일입니다.일부잘못된 시각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바쁘신 중에 이렇게 오랜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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