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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특별한 메시지 없어 관객이 체험할 때 의미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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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작품의 의미는 관객이 작품을 직접 체험하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관객에게 특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어요.”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작업으로 이름높은 미국작가 로니 혼(52·사진)의 개인전이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컬렉션, 바젤쿤스트뮤지엄 등에 소장돼있으며 2000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2001년 뉴욕 DIA아트센터, 200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에는 영국 테이트모던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이다. 대표적인 사진 설치작품인 ‘풍경 되기’ ‘물의 의혹’을 비롯해 조각, 사진, 드로잉 등 20여 점이 나왔다.

전시회를 위해 방한한 그는 “작가가 설명하면 선입견이 생기고 그러면 작품을 순수하게 체험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그게 싫다”고 말했다.

‘Opposite of White’, 유리, 지름 101.6 cm, 높이 36.8 cm, 2006.

‘풍경 되기’는 여러 온천과 인물 사진들로 이뤄져있다. 특이한 것은 같은 장면을 2~3초 간격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쌍으로 전시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같은 사진에대해 “두 이미지가 촬영된 2~3초의 짧은 틈새, 그리고 두 이미지 사이에 형성된 공간을 통해서 당신은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이 곳이 바로 어떤 것이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지거나 어려워지는 지점이다. 풍경은 이 공간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품 속의 인물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특징이다. 작가 자신도 이름이나 외모에서는 여성이라는 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작품과 닮았다.

에밀리 디킨슨(1830~66)의 시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는 싯구를 가늘고 긴 알미늄 막대에 새긴 ‘화이트 디킨슨’ ‘열쇠와 신호’ 등의 작품도 내놨다. 운율와 문법이 파격적인 디킨슨의 시는 관객에게 적극적인 상상, 즉 참여를 요구한다.

이밖에 영국 템즈 강을 표면을 촬영한 ‘템즈의 여러 모습으로부터’ 유리가 물처럼 흘러내리는 느낌을 주는 조각 ‘백색의 반대’등도 무언가 관객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지는 작품들이다. 10월 20일까지, 02-735-8449.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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