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WTC 생존자 네트워크’의 회장이자 ‘그라운드 제로(9·11 테러 현장)’에 있는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타냐 헤드(사진)의 감동적인 생존담이 사실은 거짓이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드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인수합병 팀에서 일했다고 말해 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테러가 벌어진 2001년 9월 11일엔 두 번째 비행기가 WTC의 남쪽 건물을 들이받을 때 7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정신을 잃었는데, 한 남자 주식중개인이 자신의 옷에 붙은 불을 꺼주며 계단으로 대피하는 것을 도와줬다.
헤드는 이 같은 자신의 체험담을 방문자 센터를 찾은 추모객들에게는 물론 여러 대학의 강연회에서 학생들에게도 말해 왔다. WTC 생존자 네트워크의 웹사이트에도 그의 사연이 올라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그가 말한 내용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는 헤드라는 이름의 학생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메릴린치 역시 타냐 헤드라는 직원이 근무했다는 어떤 기록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약혼자라는 데이브의 가족과 친구들도 헤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존담에 대한 진위 논란이 불거지자 헤드는 “나는 어떤 불법적인 행동도 한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WTC 생존자 네트워크 회장으로 금전적 보상을 전혀 받은 적이 없으며, 정부가 9·11 테러 희생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평소 그의 헌신적인 봉사 태도에 감명을 받았던 지인들은 왜 헤드가 거짓말을 꾸며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헤드는 9·11 생존자들을 돕기 위한 인터넷 단체를 조직했다가 2004년 WTC 생존자 네트워크의 영입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 이 단체는 헤드의 미심쩍은 행각이 알려지며 최근 그의 회장직을 박탈했다.
신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