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대망신 기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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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월드컵은 전세계 수십억명이 함께 열광하는 인류의 제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돼있는 1백80개국중 24개국만이 본선무대를 밟을 수 있으므로 본선에 진출한 것만 해도 무한한 영광이다.
그러나 영광도 잠깐,월드컵을 통해 망신살이 뻗친 나라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나라가 현대축구의 종주국이라 할 영국.
영국은 콧대를 세우며 유럽과 남미가 중심이 된 월드컵에 참가치 않다가 50년 브라질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했다.그것도 1개팀이 아니라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등 4개팀으로 나눠 이중 2개팀이 출전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그러나 웨일스의 출전거부로 홀로 출전한 잉글랜드는 예선에서 약체 미국에 1-0으로 패하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결승리그에도못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각국의 조롱속에 귀국한 영국선수들을 맞은 것은 성난 국민들뿐이었다. 한국이 1승제물로 삼고있는 볼리비아는 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유고와 브라질에 잇따라 4-0으로 지더니 50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에 8-0으로 대패했다.볼리비아는 월드컵 본선에 두번 출전해서 무득점.16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최다실점 및 최다 스코어차 패배망신은 54스위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이 이어받았다.전쟁후유증으로 최악의 경제난에처해있던 한국은 무려 64시간의 장거리 여행끝에 개막식이 끝난뒤에야 도착,숨돌릴 여유없이 당시 무적함대로 꼽히던 헝가리와 맞붙어 9-0으로 참패했다.
이 기록은 74독일 월드컵에 가서야 타이기록이 수립됐다.
아프리카국가중 최초로 본선에 오른 자이르가 유고에 역시 9-0으로 패한 것.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는 이 경기직전 비디치감독이 유고출신이라는 이유로 전격 해임하고 체육부장관을 감독으로 임명했다.
모부투는 졸지에 감독자리에 앉게된 체육부장관에게 패배책임을 물어 장관직마저 뺏는 추태를 보여 두고두고 망신을 당했다.
좀처럼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 기록은 82스페인 월드컵에서 엘살바도르가 헝가리에 10-1로 패하는 바람에 최다실점 기록은 깨지고 말았다.
한국에 따라다니던 불명예 기록중 하나를 덜어간 셈이다.지역예선을 포함하면 82스페인 월드컵예선에서 피지가 뉴질랜드에 13-0으로 패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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