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법.규정 잘 모르고 적용해 엉뚱한 행정처분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일선 공무원들이 적용법규를 제대로 몰라 법적 근거가 없거나 전혀 다른 법규를 적용하는등 엉터리 행정처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정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전문화하고 있는데 비해 일선 공무원들의 법이론 무장등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李輔獻부장판사)는 17일 車周完씨(서울성동구중곡동)등 2명이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로지정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 車씨등의 땅을 도로로 지정한 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부존재 또는 무효 판결은 행정처분등에서 공무원의 과실이 명백할 경우 내려지는 것으로 처분자체가 엉터리거나 효력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축법(91년5월 개정전)상 도로는 폭이 4m이상이어야 하고 도로대장에 기록돼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피고가 지정한 도로는 원래 車씨등의 땅일뿐 아니라 폭도2.5m밖에 안돼 도로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도로지정처분이 있었음을 입증할 도로대장등 아무런 자료도 없어 처분 자체가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서울고법 특별1부(재판장 趙胤부장판사)는 14일 주택조합원 李청규씨(서울양천구신정2동 청구아파트)등 2백32명이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부담금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李씨등에게 한 부담금 부과는 무효를 선언하는 의미에서 취소한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93년6월 개정전)에 개발부담금 납부 대상이 사업시행자인 주택조합으로 돼 있다』면서 『그럼에도 양천구청이 93년2월 조합원들에게 부과한8억7천여만원의 부담금은 대상을 잘못 지정한 것 이므로 당연히무효』라고 밝혔다.
또 서울고법 특별3부(재판장 李勇雨부장판사)도 13일 신경화씨(서울노원구중계동)가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낸 1억3천여만원의개발부담금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주소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처분은 무효』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
재판부는 『부담금 납부고지서는 반드시 부과대상자에게 전달돼야한다』고 전제,『원고 신씨가 거주지를 91년1월 의정부에서 서울로 옮겼는데도 피고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채 92년6월 고지서를 구거주지로 보내 원고가 이를 받아보지 못했으 므로 부담금 부과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공무원들의 잘못된 행정처분은곧바로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면서 『다행히 소송을 낸 사람들은 법의 구제를 받게 되지만 정부를 믿고 처분대로 따라 재산상의 손해를 보는 선량한 시민들이 많을 것』이라 고 말했다.
〈鄭載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