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AEA사찰단원 체류허용 뜻/“제재막고 미와 대화” 이중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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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NPT 탈퇴않는한 추방하면 협정위반
북한 김일성주석이 현재 영변에 체류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원 2명의 계속 체류를 허용함으로써 악화일로를 치닫던 북핵문제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북한의 IAEA사찰단 체류 허용은 분명 긍정적인 사태진전이다.물론 이를 마치 북한이 대단한 양보라도 한 것처럼 평가할 이유는 없다.
북한에서 사찰활동을 수행중인 사찰단원은 엄연히 북한이 아직 탈퇴하지 않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근거한 핵안전협정에 따른 것으로 IAEA탈퇴와는 애초부터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무런 근거 없이 사찰단원을 추방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이들의 체재를 허용한 것은 무엇보다도 임박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막고 나아가서는 그들이「목을 걸고」있는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략적으로,그리고 효과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즉각적인 북―미고위급회담 재개 시사로 어느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해 이는 NPT탈퇴라는 마지막 카드 한장을 손에 쥐고 있는 북한이 사찰단원의 추방을 또다른 중간카드로 사용하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북―미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고,안보리의 1단계 대북제재가 결의되는 순간 북한은 사찰단원을 추방하는 카드를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빈주재 북한대사관의 윤호진참사관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북한에 체류중인 사찰단원 2명의 근황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사찰단원이 아직 영변에 남아있는 이유는.
『할일이 있으니까 남아 있는거 겠지.』 ―5㎿ 원자로 노심교체가 다 끝났다는데 할일이란 무엇인가.
『노심 교체가 완전히 끝났다는 공식 발표가 언제 있었나.아직 없었다(IAEA측은 지난번 정기이사회 때 북한이 사실상 연료봉교체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이들이 노심교체를 관측(감시)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더 체류할 것 같은가.
『좋으면 더 있겠지….』
―IAEA와 관계가 이미 끝났고 안전조치의 연속성 보장을 위한 사찰도 허용하지 않겠다더니 모순이 아닌가.
『….글쎄 곧 나가겠지….』
―비자에는 문제가 없나.
『지난 6일 북경에서 비자를 받아 입국해 잘은 모르지만 아직기간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IAEA의 한스 마이어 대변인도 이날『사찰단원이 북한측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나 출국 압력을 받지 않고 영변에 체류하고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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