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순례>6.申快童류 거문고 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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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찍이 선인들은 거문고를 일러 百樂之丈이라고 했다.가야금처럼청아하지도,단소처럼 영롱하지도 않은 둔탁한듯 소박한 거문고 소리는 어쩌면 초입자에겐 싱겁게 들릴 수도 있다.그러나 철들어가며 음미해보는 거문고의 세계는 그토록 오묘하고 그윽할 수가 없다.粗野한듯 투박한 음향은 오히려 귀인의 벗이요,군자의 知己되기에 족하다.
한마디로 거문고는 우리네 선조들의 생활의 반려자이자 삶의 축도이기도 했다.거문고가 있는 곳엔 늘 풍류가 있고 인생담론이 있었으며 훈훈한 인정의 交驩이 있었다.「거문고 줄 골라놓고 홀연히 잠이 드니,사립문에 개 짖으며 반가운 손 오 노매라」는 옛 시조엔 淸遊의 즐거움이 있고,「세사는 琴三尺이요,생애는 酒一盃」라는 싯귀엔 3척 거문고를 통한 인생의 달관이 배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과히 먼 어제의 일이 아니다.白樂俊에 의해 거문고산조가 생겨났을 때는 마치 1세기전쯤 가야금산조가 처음 나왔을 때 이를 亡國之音이라고 개탄하던 예와 마찬가지로 온통 세상이 수런스러웠다.선비정신을 대변하던 점잖고 근엄한 거문고로 경 망한 음악을연주한다 해서였다.요즘의 연주회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산조음악임을 감안할 때 실로 격세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하간 거문고는 악기중의 악기요,거문고산조는 산조중의 산조가아닐 수 없다.그만큼 거문고산조 한바탕 속에는 한민족 특유의 은은한 속멋과 담박한 소박미에 달관된 여유가 배어 있다.오동판을 힘차게 내려치는 술대 소리엔 장부의 호연지기 가 서려있는가하면,부드럽게 속삭이는 은은한 농현의 여운 속엔 흥겹되 속되지않고 섬약한듯 거칠지 않으며 취할듯 야하지 않은 기막힌 법열의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거문고 음악의 달인에 속했던 故 申快童명인의 산조 한바탕을 호젓 한 방안에서 차분히 음미해본다면,모르긴 해도 우리는그것을 한갖 예사로운 음악 감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그것은 분명 우리의 정서와 의식을 새로운 지평으로 안내하는 하나의 통과의례의 현장임에 틀림없겠기 때문이다.
〈거문고산조 음반 안내〉 ▲신쾌동류=CD:김무길연주,SKC제작,LP:신쾌동연주,중앙일보사제작 국악의 향연 ▲김윤덕류=LP:김윤덕연주,중앙일보사제작 국악의 향연 ▲한갑득류=CD:원광호연주,서울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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