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서방전 “위협” 아시아는 “외교카드” 분석/르 몽드/해외논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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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민들 전쟁가능성 회의적/LA 타임스/양보냐 대결이냐 선택만 남아/월스트리트저널
▷르 몽드◁
서방이 북한핵을 탈냉전이후 가장 중대한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국가들은 외교적 인정과 경제적 원조를 얻기 위해구사하는 외교카드로 간주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및 러시아는 북한의 모험주의가 핵무기로 무장하려는 이란·이라크·리비아·시리아·알제리등 국가에 나쁜 선례로 남을뿐 아니라 냉전이후 핵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 간주하고 있다.
핵균형을 유지하는 한 축으로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도 제재를 받지 않을 경우 NPT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걷잡을 수 없는 핵확산 사태로 비화,오늘의 도전이자 내일의 위협이 될 것이다.
이미 사정거리 1천㎞의 노동1호를 개발한 북한이 이란·리비아등에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수출하거나 핵심 기술을 전파할 경우 아시아는 물론 유럽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서방은 우려한다.
그러나 당사국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김일성이 붕괴직전에 있는 정권을 구하기 위한 위협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뿐 외교적 인정과 경제적 원조가 이루어지면 즉각 중단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
마치 정신병원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파산 직전의 찢어지게 가난한,그러나 중무장한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북한의 공산족벌 독재가 핵확산방지라는 세계안전의 한 기둥을 흔들고있는 것이다.
북한 자신이나 아마도 위성정찰능력이 있는 미국을 제외하곤 아무도 북한핵의 진상을 알수 없다.북한의 핵사찰 거부는 비상사이렌을 울리게 하기에 족하다.
늙은 스탈린주의자 김일성이 핵무기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대화상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북한의 대남협상에서의 무게(입지)와 생존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북한이 실지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다.직접 위협당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대만이 안전을 위해 같은 시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북한처럼 낙후된 나라도 해낸 것을 이들처럼 잘 발전된 국가는 얼마든지 해 낼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두가지로 요약된다.즉 군사대결도 불사할 것인지,아니면 북한에 무릎꿇고 말 것인지 등이다.북한은 같은 공산 정권이긴 하지만 과거 소련과 같은 이성적인 집단이 아니다.설령 대결로 치닫는다 해도 별로 잃을 것이 없는,따라서 양보와 절충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인 것이다.
카터 전대통령이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얼마만큼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은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대화를 오래 끌수록 북한이 더많은 핵무기를 갖게 만들 뿐이다.경제 제재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어떠한가.현재로서는 양쪽 다 주 저하고 있는 기색이다.이제야말로 클린턴 정부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때다.
만약 중국이 경제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도움을 주려들 경우 선박이든, 비행기든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국적을 불문하고 격침시킬 것이라는 확실한 경고를 해야한다.
이도 저도 싫으면 북한의 손을 들어주면 된다.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고 일본의 재무장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이 경우 핵확산 금지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을 비롯,아시아에서 즉각 철수해야할 것이다. 마냥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대결이냐,아니면 항복이냐 선택만 남은 것이다.
▷LA 타임스◁
북한의 남침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삼성·현대·대우 등과 같은 대기업들은 오히려 기업 확장에 여념이 없다.무슨 까닭에서일까.한국민들 사이에는 의외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와 손을 잡아가고 있는 지금 북한은 어떤 입장에 처해 있을까.과거 어느때 지금만큼 북한을 고립시키고 있는 상황이 있었겠는가.북한의 속뜻은 몇가지 것들이 복합돼 있을지 모른다.
좌절·분노·초조감에 계산된 협박까지 곁들여 있을 수 있다.그들의 진짜 목적에 대해 의문이 많은데 뒤집어 보면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북한 정권의 존속과 경제 부흥,그리고 국제 사회로부터의 신망 회복 등이 주목적 아닐까.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때도 상황은 명확하다.북한과의 대결을 원치도 않거니와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한국의 기업인들은 북한을 냉각시키면서 해결을 도모해 나갈 것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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