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소액주주 '작은고추 맛' 별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뭉치고 있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지분을 모아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소액주주들은 고배당이나 적극적인 주가 관리 요구는 물론이고 오너 사퇴와 같은 과감한 요구도 불사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배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안건은 수용 의사를 내비치는 등 한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광선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주주를 모으는 데 드는 비용이 떨어지면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이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선 고달프겠지만 소액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활발히 해 경영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격전 예상되는 SK텔레콤과 현대엘리베이터=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30일 SK텔레콤 이사회에 최태원.손길승 회장의 이사직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주총안건으로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측의 이번 제안엔 소액주주들과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 주주 51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위임한 지분은 1백54만여주로 주주 제안 요건인 1%지분을 훨씬 넘은 2.1%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두 회장의 경우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고 일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제하고 "참여연대 측이 이를 유죄로 단정하고 두 이사의 사퇴를 권고하는 안건을 제안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SK㈜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고, 사외이사는 후보추천자문단이 추천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자체적으로 마련, 이날 전격 발표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KCC) 양측 모두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인터넷 다음카페(cafe.daum.net/lovehel)에 모임을 둔 이들 주주는 양측 모두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물의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에는 사상 최대의 현금배당을 요구했다.

KCC엔 소유와 경영 분리 등의 지배구조 계획을 요청했다. 이 모임은 3월 주총 때 소액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을 편들 것이란 입장을 이미 밝혀놓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이미 소액주주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KCC 측은 "현재 10%로 추정되는 소액주주의 향방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질의서가 전체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답변을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결집='유령주식'사건의 피해자인 동아정기 소액주주 동호회엔 현재 약 5백명이 모였다. 전체 주식의 40%에 달하는 약 3천만주에 달한다. 이들은 다음달 1일 오프라인 모임을 열고 임시주총 소집 추진을 결의할 예정이다. 소액주주 金모(34)씨는 "회사를 구하기 위해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임시주총을 통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렬.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