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북핵」영향 줄이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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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기화땐 자금난·수출감소등 타격”/달리 뾰족한 수 없어 막연한 걱정만
『정부나 언론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시나리오까지 만들 단계는 아니라고 보며,전쟁의 가상시나리오는 생각 안한다. 전쟁이 나면 기업이 무슨 할 일이 있으며 대책을 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럭키금성상사 기획실)
『전면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선 유엔차원의 대북제재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중 북핵관련 긴장상태의 완전불식은 어려울 것이므로 해외수요의 감퇴,장기투자자본 조달상의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삼성경제연구소)
『사태를 아직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낙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국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대책회의를 열자는 일부의견도 있으나 현재 진행중인 다른사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미루고 있다.』(대우 기획실)
『지난주 해외지사에 팩시전문을 보내 현지 바이어들의 분위기를 상세히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북핵에 대비한 별다른 계획은 없다.』(현대종합상사 수출팀)
북핵문제가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재계는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나쁜 영향을 주면서 생겨날 자금난과 수출물량 감소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걱정만 하지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방위산업업체야 정부에서 특별대책을 세우겠지만 일반 기업이야 스스로 대책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로선 유엔안보리의 결의로 대북제재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제재로 위기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세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남북교역액(1억8천7백만달러)은 전체 무역량의 0.1% 정도로 비록 우리 경제가 직간접적으로 보게 될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민간과 정부의 해외자본 조달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게다가 하반기이후 제재강도가 높아져 긴장이 고조될 경우 주가급락,해외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시발로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수요폭발과 기업의 투자지연 등 실물시장으로 불안이 파급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그룹은 15일 오전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듣고 그룹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기업들은 막연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전국 여러곳에 대형공사장을 갖고 있는 모건설회사 관계자는 『여러상황에 대배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전쟁상황이 게릴라전으로 변해 기업들의 노조원들에게 접촉,생산활동에 차질을 주는 경우가 생길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백화점업계는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백화점이 생필품을 비축하는 기지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모색만 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주요 공단지역에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주민대피,식량 등 생필품 지원,다리나 주요시설물의 복구를 맡는 기업을 정해놓는 등 대비하고 있다.<실물경제팀=양재찬·박의준·남윤호·박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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