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주기술이 일상을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10월 4일은 옛 소련이 인류 최초의 위성인 스푸트니크1호 발사에 성공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날은 인류의 우주 개척의 시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뒤 수많은 우주 기술이 개발됐으며, 그 기술들은 민수 쪽으로 이전돼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스푸트니크1호 발사 성공 50주년을 계기로 일상으로 들어온 주요 우주 기술을 살펴본다.

◆벼락 친 곳 감식기=벼락은 내리친 곳에 또 내리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곳이 두 번 벼락을 맞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벼락 맞은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었다. 우주왕복선 발사장에 벼락이 자주 치고 나면, 어느 곳을 재빠르게 점검하거나 수리해야 하는 지를 알아내는 데 그 기술은 아주 유용했다. 또 같은 곳을 내리칠 벼락에 대비하기 위해 벼락을 안전한 곳으로 유인하거나, 벼락이 칠 만한 곳에 벼락을 끌어들이는 금속류들을 미리 제거하는데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 기술은 2000년 민간에 이전됐다. 벼락의 피해를 줄여야 하는 설비업체, 공항, 골프장, 산업체, 농장 등에서 이 기술은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보험회사는 벼락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들이 벼락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곳을 감식하는 데도 이용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벼락 피해를 봤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면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지급했었다.

◆우주복 기술로 방독면 개발=우주 환경은 혹독하다. 지구에서 경험하기 힘들 정도로 뜨겁거나 춥다. 또 방사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며 숨도 쉴 수 없는 진공 상태다. 그런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게 개발된 것이 우주복이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액체로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며, 방사선에도 안전하게 만들었다. 그 기술은 고성능 방독면, 고열을 동반하는 환자들의 체온 조절기, 각종 행사에 등장하는 대형 기구 등의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우주복 소재와 기술은 화성 탐사 때 탐사 로봇을 감싸고 화성 표면으로 낙하하는데 사용되기도 했었다.

◆원력 뛰어난 스펀지=일반 스펀지보다는 단단하고, 누를 때 천천히 수축되며 형태가 천천히 복원되는 스펀지는 1966년에 개발됐다. 아폴로 우주선 안 의자의 쿠션으로도 사용됐다. 이 스펀지는 단단한 듯하면서도 복원력이 뛰어나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다. 이후 헬멧, 병원 침대 매트리스, 신발 깔창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최근 들어서는 오토바이 의자, 말 안장 등 그 인기가 시들 줄 모르고 있다.

◆수경재배=우주인들이 무거운 식량을 우주 정거장으로 가져가는 대신 씨앗을 가져가 재배해 식량으로 사용하자는 발상에서 개발됐다. 물에 적당한 영양분을 넣어 채소나 작물을 키우면 우주로 운반하는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그 이후 수경재배는 방울토마토 등 많은 작물을 키우는 농가로 확산했다. 식물이 우주로 올라가면 잘 자라지 못하고, 수확량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런 예측은 잘못된 것으로 결론 났다. 우주로 가져간 씨앗은 지구에서보다 더 빨리 자라며, 콩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더 높기도 했다.

◆원격 조종 트랙터=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해 위치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자동으로 운행되는 트랙터도 우주 기술에서 왔다. NASA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초정밀 GPS용 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를 이용한 원격 조종 트랙터는 1㎝의 오차로 밭을 갈고, 물을 주고, 수확을 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농작물 수확과 농사 때 물 소비량, 농약 살포량 등을 줄이는 등 농사 자동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행기 운항용 3차원 정보=하늘에는 도로처럼 항로가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NASA는 하늘에 비행용 고속도로를 놓듯 항로에 대한 각종 기상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운항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의 알래스카 등 기상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대부분 저공 비행 때 조종사의 시야에 의존해 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다. 3차원 운항 정보시스템은 항로와 공항 등의 풍속, 풍향, 고도 등 다양한 정보를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이 시스템을 장착한 크고 작은 비행기들의 사고가 크게 줄었다.

이 외에 NASA 등 우주 관련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기술은 수만 건에 이른다. 연료전지, 레이저, 에어쿠션 운동화, 형상기억합금, 낚싯대 등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