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자급자족 ‘쩐의 전쟁’ 아르바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모닝콜 아르바이트도 있다. 아침잠 많은 직장인들이 주 고객. 직장 상사 목소리로 윽박지르듯 깨우면 효과 만점이란다. [일러스트레이션=웰콤 아트디자이너 김한솔]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아르바이트. 여행경비 마련에서 사회경험까지 아르바이트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런 속에서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새롭고 신기한 아르바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도 아이스크림처럼 골라 먹는 시대,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의 ‘쩐의 전쟁’ 그 현장을 살펴봤다.

모닝콜, 애완견 중매, 파트너 대행…

대학생 임기춘(22)씨는 얼마 전부터 모닝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침잠이 많아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오전 5~6시에 전화를 해 고객이 원하는 멘트나 아침 인사로 잠을 달아나게 해주는 일이다.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라는 단순한 인사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 부장인데 너 아직 자냐?” 등의 ‘충격요법’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문장이나 성경구절을 들려달라는 고객들도 있다.

 전문지식이 필요 없어 손쉽게 할 수 있는 ‘대행 아르바이트’도 인기다. 김성수(24)씨는 “결혼식 하객 대행일과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의 상대 역할을 해봤다”며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기쁨을 같이할 사람이 없는 이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사람이 개의 중매를 선다? 얼핏 들으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애완견 중매는 최근 엄연한 아르바이트 중의 하나다. 애완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용품뿐 아니라 강아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애완견을 중매하는 고등학생인 윤지애(17)양은 교배를 원하는 개의 사진과 품종, 크기, 성격 등을 상세하게 조사해 카페에 올리고, 손님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중매금의 일부인 2만 ~ 3만원 정도를 받는다.

왜? … "부모님 부담 덜어드려야죠"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 알바팅(www.albating.com)에서 대학생 13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38%, 237명)였다. 그 외 용돈 마련, 여행비 마련, 취업 준비, 유흥비, 이성친구와의 기념일 준비를 위해 등의 이유도 있었다.

 김성규(26)씨는 군대를 다녀온 뒤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용돈을 스스로 마련한다. “안 해본 일이 없죠. 전단지 나눠주기, 치킨 배달, 공사판 막일도 해봤어요.” 거액의 학비를 아르바이트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손으로 앞길을 열어간다는 생각에 뿌듯하단다. 정영빈(20)씨는 최근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그는 “갑자기 돈이 필요하거나 사고 싶은 무언가를 목표로 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놀이공원에서 인형가면을 쓰는 일이나 주말에 예식장 손님 대행을 자주 해요. 하루 전부를 투자해야 하지만 일당이 세죠. 서너 번만 하면 목표한 금액을 채울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하나(24)씨는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취업현장을 미리 경험해본다는 의미에서 일을 찾는다”며 “이력서에 신기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적어넣으면 면접관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웰콤 ‘영트렌드팀’ 박지환 (서강대학교 법학과 04학번)

'쩐의 전쟁' 반영 광고들

■카스, ‘영화’ 편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 영화사가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자신들의 시나리오를 거절하자, 스스로 독립 영화를 만든다. 개봉할 돈이 없는 그들의 스크린은 거리의 빌딩 벽면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방법으로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좌절하기 쉬운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 KTF SHOW, ‘쇼를 하면 공짜’편
 공짜에 목숨 거는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다. 극장 앞에서 ‘막춤’을 추고 공항에서 해외 로밍이 되는 수십 개국의 이름을 외운다. 그들의 ‘쇼(SHOW)’는 바로 저렴하게 영화나 해외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처럼 공짜 이벤트를 부각하는 광고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대학생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