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구매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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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죄책감과 후회하는 마음 빨리 잊어버려 반복된다

죄책감이 지속되는 기간의 개인차가 충동적인 소비자와 신중한 소비자를 구분 짓는다. 소비자연구 저널 8월호에 소개된 한 연구의 결론이다. 표준 인성검사를 통해 충동적이거나 신중한 성격으로 분류된 미국 대학생 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충동형과 신중형 양쪽 모두 충동적인 행동을 한 후 바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신중형으로 분류된 학생들의 경우 그 죄책감이 충동형에 비해 두 배 정도 오래 지속됐다. 이 연구 결과는 충동 구매를 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이번 연구는 충동적인 의사결정의 복잡한 과정을 파헤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미네소타대 칼슨 경영대학원의 행동과학자 캐슬린 보스는 말했다(그녀는 이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행동을 주제로 한 연구 대다수가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른 직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미래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충동적 행동은 우리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다. 근래 들어 폭음과 폭식, 그리고 충동 구매로 우리의 허리 둘레와 신용카드 부채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그런 충동적인 행동에 으레 따르는 후회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똑같은 충동에 사로잡힌다는 말이다. “죄책감과 후회라는 부정적 감정은 당연히 충동을 억제하리라 여겨진다”고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마케팅학 부교수 수레시 래머내선은 말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련의 인성검사를 통해 충동형이나 신중형으로 분류된 연구 참가자들은 각자 과자 한 접시를 마주한 채 방 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러고 나서 연구원들은 각 참가자가 몇 개의 과자를 먹었는지 세고, 과자를 먹은 직후와 24시간 후 그들의 감정을 측정했다(연구원들은 각 참가자가 먹은 과자 개수를 계산할 때 그들의 공복 정도와 과자 선호도를 감안했다. 또 연구의 진정한 목적을 위장해 참가자들이 과자를 먹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도록 했다).

예측한 대로 과자를 한두 개 먹은 직후에는 두 그룹 모두 만족감과 죄책감이 복합된 감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루 뒤에는 성격 유형에 따라 감정 상태가 다르게 나타났다. 신중한 소비자들은 과자를 먹었다는 사실에 여전히 죄책감을 느꼈지만 충동적인 소비자들은 그 기억에서 대체로 만족감을 떠올렸다. 그리고 죄책감을 빨리 잊은 참가자들은 또다시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명됐다.

또 이 연구에서는 죄책감을 지속적으로 느낀 소비자들이 충동적인 결정 뒤에는 분별 있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의 후반부에서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감자칩 한 봉지와 노트북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전에 과자 한두 개를 먹은 신중한 소비자들은 감자칩 대신 노트북을 선택했다. 연구원들은 그런 행동이 과자를 먹은 후 느낀 죄책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충동적 선택 때문에 오래도록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그 죄책감에서 쉽사리 벗어나기도 한다”고 보스는 말했다. “사람들은 (충동적인 행동을 한 다음) 좋은 일을 하거나 좀 더 분별 있는 선택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낸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내고 나면 다시 충동에 빠져들 여지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런 행동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참가자들이 과자를 먹은 행동을 의식적으로 벌충할 생각으로 노트북을 선택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보스는 말했다. “단지 ‘올바른’ 선택을 하고 나면 나쁜 기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한다. 사람들은 충동 구매를 일회성 행동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시장 연구원들은 소비 선택의 흐름에 주목하고 자사의 제품을 그 흐름 속에 끼어 넣으려 한다. 소비자들이 점심을 샌드위치로 가볍게 먹는 ‘올바른 행동’을 했다면 과자와 케이크 등 단 음식을 먹어도 좋다는 충동을 일으키도록 제작된 한 지하철 광고가 좋은 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충동적 소비를 억제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소비 선택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소비 선택은 어떤 차원에서 서로 반복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래머내선은 말했다.

“‘올바른 선택’에서 오는 긍정적 감정을 계속 쌓아가느냐, 혹은 ‘이제 걱정거리가 없어졌으니 다시 나가서 한바탕 신나게 써보자’ 하는 식으로 행동하느냐는 개개인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다.”

JENEEN INTERLAND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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