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 세습 가속화 첫 父子총리 나온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호 10면

일본에서 선거 때면 곧잘 등장하는 용어가 ‘3방’이다. 지방(地盤·표밭)·간방(看板·지명도)·가방(돈)이 그것이다. 출마 지역구에 연고가 깊은 난사람에다 자금력까지 있으면 금배지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다. 선거의 상식이다. 우리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의 각 당에 3방을 갖춘 후보는 더 절실하다. 중의원 다수당이 집권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에 근접한 후보는 누구일까. 가족·친척으로부터 선거구·인맥·돈줄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사람이다. 이른바 세습이다. 더구나 일본 사회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 새 피가 수혈될 여지가 작다. 유명인사들도 지역구에선 낙선하기 일쑤다. 반면 세습 후보의 당선율은 압도적이다. 2005년 총선(중의원)에서 당선한 2·3·4세 의원은 130여 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여기에 한번 당선되면 장기집권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반세기 동안 의정생활을 했다. 10여 년 전부터 소선구제가 도입된 이래 세습은 강화되는 추세다. 지방이 표밭인 집권 자민당의 세습 경향은 더하다. “자민당의 2세 정당화는 숙명이다” “인재 공급이 끊긴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일본에서 첫 부자(父子)총리가 탄생할 것 같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1976~78년)의 아들인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23일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하다. 25일로 예정된 총리 지명선거는 뚜껑을 열어보나마나다. 자민당은 총리 지명 우선권을 가진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 2세 의원을 넘어 2세 총리가 등장하는 셈이다. 후쿠다가 총리에 오르면 93년 이래 9명의 총리 가운데 7명이 세습의원 출신이 된다. 이들이 모두 사립대 출신인 점도 과거와 큰 차이다. 80년대까지는 도쿄대를 나온 관료 출신 총리가 많았다.

대물림 정치는 여야 지도부에 명문가 세습의원이 몰리면서 더 회자되고 있다. 현 아베 신조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온 아소 다로 간사장은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손자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2세 의원,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은 4세 의원이다.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은 아버지가 자민당 거물이던 고노 이치로 전 건설상이고, 아들 고노 다로도 현역 의원이다. 일본 정계의 인맥 분포를 보면 앞으로도 세습의원의 요직 등용은 불가피하다. 정치의 세계도 너무나 일본적이다.

▶지난 주
19~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방문, 중동평화 문제 조율
20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한국 총영사관 개관
 
▶이번 주
2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뉴욕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
25일 유엔 총회 개막
27일 베이징에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개막.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방안 집중 논의
27일 부시 미 대통령 워싱턴에서 온실가스 대책 회의 주재

ADVERTISEMENT
ADVERTISEMENT